'대한민국 중심' 광화문, 땅과 물과 하늘을 바꾸다

'대한민국 중심' 광화문, 땅과 물과 하늘을 바꾸다

지영호 기자
2010.09.28 10:13

[머니위크 커버]광화문 개벽/ 재개발 현장점검

광화문 일대가 뒤집히고 있다. 서울시가 도시환경 정비사업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도심 내 경관변화는 최근 새 단장을 끝내고 공개한 광화문만큼이나 새롭다. 고도 제한으로 스카이라인에 큰 변화는 없지만, 대부분 뒷골목을 정리하고 지어지는 대형 건물이다 보니 주변 경관에 커다란 변화를 주고 있다.

광화문 일대 경관변화를 주도하는 건물의 용도는 오피스 시설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0 도시·주거환경정기기본계획 자료집에 따르면 2010년 광화문 시청 일대를 아우르는 도심권의 예상되는 오피스 공급면적은 연면적 기준 33만9000㎡로 같은 해 강남권 4만9000㎡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 2008년 기준 도심권이 9만9000㎡, 강남권이 43만7000㎡에서 완전히 뒤바뀐 형국이다.

광화문 일대는 청와대를 비롯해 경복궁, 경희궁, 인왕산, 북악산 등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정부종합청사 및 국내 대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이라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의 수요도 많은 지역이다. 도심부의 주상복합 및 오피스텔은 2003년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해 2006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2000실 가량이 공급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광화문 일대 변화의 상징으로 인정받는 대단지 오피스텔은 ‘경희궁의 아침’(쌍용건설, 2004년 입주)과 ‘광화문스페이스본’(풍림산업, 2007년 입주)이 대표적이다. 모두 연면적 20만㎡에 가까운 대규모 단지다. 2004년 금호건설에서 지은 종로구 내수동 용비어천가(679가구)와 2007년 입주를 시작한 르메이에르종로타운(529가구)도 오피스텔 대형 빌딩으로 손꼽힌다.

대형 빌딩의 ‘세련된 바람’은 최근 들어 더욱 거세다.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광화문 일대 청진지구와 중학지구, 세종로·도렴지구다. 이들 지역에 25층 이내 100m 내외의 높이로 고층빌딩 7~8개가 모습을 드러내거나 준비 중이다.

◆난관 넘은 중학·세종로·도렴

미대사관 뒤 이마빌딩 옆 나대지 6730㎡는 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중학동 62번지 일대 중학1구역으로 당초 인크레스코와 금호건설이 지을 예정이었으나 금호그룹의 유동성 문제로 치넷코리아와 한화건설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치넷코리아는 국영투자회사 두바이홀딩스가 전체 지분을 소유한 주메이라의 국내 호텔·빌딩 건설프로젝트 회사다.

청와대와 경복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강점이다. 지상 16층, 지하 6층 2개동 규모로 지어진다. 당초 호텔이나 주상복합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업무시설 및 판매, 문화시설 등 복합 오피스텔로 전환했다.

옛 한국일보 자리에 짓고 있는 ‘트윈트리’ 역시 도심에 등장하는 새로운 건물이다. 중학동 14번지 일대의 중학2구역 2-1지구로 성윤프로젝트금융투자가 시행하고 한일건설이 짓는다. 성윤프로젝트금융투자는 한일건설이 45%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회사다.

최근 이곳은 지난 7월 푸르덴셜 계열 펀드 프라메리카에 2830억원 매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일보가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는 2000평 규모의 상층부 면적도 같이 팔렸다. 3.3㎡당 1680만원으로 비교적 싼 값이다.

‘트윈트리’에서 연상되듯 건물 외형은 둘로 나뉜다.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한 이유도 두개 동으로 나뉘면서 공간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으로 보인다. 지하6층 지상17으로 예상 준공시기는 내년 1월 경이다. 현재 외관을 다 갖췄는데 언뜻 보면 서울 충무로 1가 서울중앙우체국 자리에 새로 지은 'POST TOWER'(일명 태권V빌딩)를 연상시킨다.

새문안길 금강제화가 있던 당주동 29번지 세종로 2지구 개발사업은 철거공사비 미지급으로 인해 개발이 중단됐다가 최근 분쟁이 마무리 조짐을 보이면서 개발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4750㎡의 면적에 지하6층, 지상23층의 오피스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종합청사 뒤편 내장산호텔 등을 재개발하는 도렴 24지구 3397㎡에는 지하7층, 지상22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 들어선다. 정부종합청사와 가까워 고도제한이 90m로 한정됐다.

◆문화재와 송사에 발목 잡힌 청진지구

광화문 일대에서 가장 넓은 개발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청진지구의 사업진행속도는 다른 지구에 비해 다소 더딘 편이다. 600년 수도 서울의 노른자 땅이다 보니 팔 때마다 문화재가 쏟아진다.

종로구청 맞은편 유진기업 본사 자리인 청진1구역 역시 터파기 공사가 중단됐다. 올해 6월 당장 보물로 지정해도 될만한 조선 전기 항아리형 순백자인 백자호 3점이 발굴돼서다. 19세기 무렵 지은 것으로 보이는 건물터를 조사하다가 구덩이에서 급히 매납한 듯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청진1지구는 유진기업 신축사옥을 지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KT가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KT가 올 여름 출범시킨 부동산 개발 법인 KT에스테이트를 앞세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보빌딩과 르메이에르 빌딩 사이에 위치한 청진 2·3지구 역시 문화재발굴조사로 인해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더욱 어려운 문제는 땅 주인인 교보생명과 시행사인 국도개발의 법적 공방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올해 시행자인 국도개발의 사업인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해 국도개발은 교보생명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국도개발은 안양 평촌아크로타워 등을 개발한 시행사다. 시공은 대림산업에서 맡았다. 계획상으로 8910㎡의 부지에 지하7층, 지상24층, 2개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일관을 비롯해 청진옥, 서울관광호텔 등이 자리했던 청진동 12~16지구는 1만2730㎡의 면적으로 가장 큰 사업면적을 자랑하지만 송사에 휘말리기는 마찬가지다. 지구 내 60여㎡의 땅을 소유한 국도개발이 시행사인 지엘피에프브이원의 독단적 사업진행이 부당하다며 종로구의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다.

청진5지구 청진동 188번지 일대도 지난 겨울 16~18세기 추정 건물지에서 탄화목재, 온돌유구, 명기백자 등이 발굴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이 자리에는 ‘스테이트타워 광화문’이 들어선다. 스테이트타워는 호텔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오피스 빌딩으로, ‘스테이트타워 광화문’ 외에 우리은행 본점 맞은편에 ‘스테이트타워 남산’을 건설 중이다. 신한BNP파리바가 소유하고 있으며 최근 조선호텔과 서비스 운영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스테이트타워 관계자는 “영접, 의전, 조경, 보안, 주차관리 등의 호텔식 서비스가 가능한 오피스 빌딩”이라며 “국내 최초의 오피스 브랜드인 만큼 임차인에게 국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스테이트타워 광화문의 시공은 금호건설이 맡았다. 지하6층 지상23층, 높이 104m 규모다.

피맛길 어떻게 개발되나

종로의 후미진 뒷길인 피맛길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서민들의 소통로였다. 고위 관리들이 종로의 널따란 길을 차지하며 위세를 과시한 반면 평민들은 대로를 피해 좁은 골목을 선택하면서 서민문화를 일궈나갔다.

고위 관리직을 피해 다니던 뒷길은 어느새 주머니 사정이 딱한 서민들이 찾는 전통 거리가 됐다. 값싼 맛집들이 즐비한 골목으로 고유의 색깔을 찾은 것. 하지만 수백년 전통의 피맛길은 최근 대규모 철거형 개발로 인해 거의 다 사라졌다.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도심권 개발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미 사업이 완료된 SC제일은행과 종로타워에는 피맛길 자체가 사라졌고, 르메이에르빌딩은 터널 형태로 통로를 만들었으나 전통거리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는 피맛길을 각색하기로 결정했다. 종로1가에서 6가 및 돈화문로에 이르는 길이 2.2km, 폭 2~3m의 좁은 뒷골목에 가로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개발이 시작된 청진 2·3지구와 12~16지구, 공평지구 개발사업은 피맛길의 정취를 살리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아직 철거가 진행되지 않은 지역은 저층 건물 위주로 짓고 원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수복재개발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관광명소로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