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환율전쟁' 속내는 인플레 걱정?

美中日 '환율전쟁' 속내는 인플레 걱정?

안정준 기자
2010.10.12 15:27

[안정준기자의 글로벌 포커스]

중국이 11일 5개월 만에 올해 네 번째로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 인상에 나섰습니다. 예상치 못한 기습적 인상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돌발 행동에 나설 만큼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진 증거라고 입을 모읍니다.

틀린 분석은 아닙니다. 지준율은 기준금리와 함께 중앙은행의 대표적 인플레 조정 수단이지요. 실제로 오는 21일 발표되는 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3.6%를 기록해 올해 정부 목표치 3%를 크게 웃돌 전망입니다. 게다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정부 목표치 8%를 훌쩍 뛰어넘는 9.5%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 중론입니다. 모두 중국의 인플레 압박이 수용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신호인 셈이지요.

하지만 중국의 기습적 지준율 인상을 단순히 '물가조정'이라는 국내 경기상황에만 국한시키기에는 함축하는바 너무 큽니다. 핫머니 차단과 은행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국제 경쟁력 확보 등 중국의 지준율 인상은 현 시점에서 글로벌 경제와 참 많은 접점을 갖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최근 글로벌 경제 최대 이슈인 '환율전쟁'과의 연관성이 아닐까 합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환율전쟁이 중국의 인플레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까닭은 이렇습니다.

세 국가는 현재 각자 국내 소비자물가를 '실탄' 삼아 환율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비공식적 루트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위안화의 절상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위안 절상이 느려질수록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 물가 압력은 상대적으로 커져 결국 국내 인플레 압박 가중으로 연결되는 구조지요. 미국과 일본은 어떨까요? 두 국가는 주로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달러와 엔화를 푸는 방법으로 자국 통화의 절상을 막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역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결국 세 국가의 환율전쟁은 필연적으로 각자 국내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키는 싸움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세 국가의 물가상승 수용 여력, 다시 말해 '물가 탄약고' 상황은 어떨까요?

아무래도 중국이 불리합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이미 정부 목표치인 3%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1% 안팎을 오가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0.9%로 인플레보다는 오히려 디플레가 걱정입니다. 중국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환율전쟁 수행 지속 능력 면에서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 셈입니다.

다시 중국의 지준율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의 이번 조치는 국내 인플레 압박이 수용 범위를 초과하고 있다는 고백과 다름없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환율전쟁이 격화될 경우 예상되는 물가상승 압력을 견뎌내기 힘들다는 선언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지준율 조치를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중국의 우회적 '항복선언'이라고 한다면 너무 과도한 표현일까요? 일각에서는 중국이 연말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때 맞춰 중국은 9월 이후 위안화 절상 폭을 늘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절상 압박에 대한 중국 지도층들의 대응 수위에도 변화가 읽힙니다. 상반기 "위안 절상 압력을 허용치 않겠다"는 표현 대신 "점진적 절상을 허용하겠다(빠른 절상을 허용치 않겠다)"는 완화된 언급이 나옵니다. 환율전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으로 찍힌 중국의 유화적 제스처인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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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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