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늘 고민"

"내 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늘 고민"

대담=김준형 증권부장, 정리=오승주 기자, 사진=유동일
2010.11.15 07:00

[머투초대석]이수화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지난 7월말. 20여년전 태평양화학에 근무했던 한 40대 여성이 한국예탁결제원을 방문했다. 미수령 주식을 찾아가라는 통보를 받고 여의도 예탁결제원을 찾았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이 태평양화학이던 시절 방문판매원들에게 애사심 고취를 위해 회사가 준 주식 1주를 받았다.

결혼 이후 태평양을 그만둔 그는 주식의 존재를 잊었다. 하지만 예탁결제원이 행정안전부와 연계해 찾아낸 주소로 통지를 받아 금액을 확인한 뒤 비명을 질렀다.

미수령 1주는 그동안 무상증자나 주식배당 등을 통해 아모레퍼시픽(태평양화학은 아모레퍼시픽과 태평양으로 분사) 16주로 늘어나 있었고,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주당 100만원을 웃돌았다. 주식의 시가는 2000만원에 육박했다. 예탁결제원의 미수령 주식찾기 캠페인에서 생각지도 않은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사는 이모씨도 당시 시가 1088만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 13주를 찾았다. 이씨는 "그동안 주식이 무상증자 등으로 몇주 추가됐을 것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찾는 방법을 몰라 내버려 두고 있었다"며 "이렇게 주식을 찾으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수화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추진 중인 고객감동 경영의 단적인 사례다. 이 사장은 부임 2년만에 `숨겨진돴 예탁결제원을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 예탁결제원은 그동안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이 사장은 한국예탁결제원(KSD)나눔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고객에 대한 만족을 우선시하는 민간경영도 도입해 기획재정부가 평가하는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예탁결제원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씨티은행 부행장 출신답게 민간 금융기관의 DNA를 공기업인 예탁결제원에 접목시켜 '조직 문화'를 확 바꾼 것이다.

◇"밥이 어디에서 나오는 지 명심하라"

예탁결제원의 변화를 주도하는 이 사장이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은 "우리 목구멍에 들어가는 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기억하라"이다. 이 말은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는 이 사장의 경영철학이 압축된 표현이다.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이나 경영에 있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하죠. 내 입에 들어가는 밥이 어디에서 나오는 지를 늘 고민하면 됩니다. 밥을 주는 대상은 고객이죠. 예탁결제원 입장에서는 각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이 1차적으로 '밥은 주는 대상'이고, 그 뒷 배경에는 증권관련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만족시키는 경영이 최상의 경영입니다"

밥을 주는 고객들의 기대치는 높다. 이를 위해서는 예탁결제원 직원들이 그만한 월급을 받을 만한 가치가 스스로 있는 지 언제나 되묻고, 가치있는 행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취임 이후 업무성과와 관계없이 고객만족도와 관련된 점수를 90점 이상으로 정하고 달성하지 못하는 부서는 불이익을 줬다. 실제 2009년 평가 이후 최하위 점수를 받은 부서의 팀장 3명이 보직해임됐다. 철밥통으로 여겨진 '신의 직장'에 정신이 번쩍드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 사장은 "이제는 직원들이 고객만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느껴진다"며 돱그동안 희생을 강요한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여전히 고객만족이라는 기치를 들고 지속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평가에서는 90점 이상을 받은 부서는 일단 '용납'하겠지만, 90점 밑의 성적표를 받아든 부서는 전과 마찬가지로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고객만족 드라이브와 더불어 예탁결제원의 실적도 증가했다. 이 사장이 부임한 이듬해인 2009년 예탁결제원의 수익은 97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예탁결제원 36년 역사상 최고였다. 2010년에는 115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네 자릿수 수익을 예탁결제원 역사상 처음 기록할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에 주식 거래 등이 늘면서 예탁원 수입이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2008년 11월 국내증시가 바닥일 때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과 연계해 조성한 유관기관 공동펀드에서 840억원 가량의 이익을 낸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유관기관펀드는 예탁원이 21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840억원은 상당한 이익을 내고 청산했다. 나머지 원금 1260억원은 현재도 평가액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유하고 있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이 사장 취임 이후 예탁결제원이 가장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가운데 하나가 미수령 찾아주기 캠페인이다. 미수령주식은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 주식을 위탁하지 않고 주주가 직접 주식을 보유하던 중 이사와 분실, 상속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발행회사의 통지를 받지 못해 보유주식에 발생한 배당금 등 권리를 받지 못한 주식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미수령주식의 규모는 2만6000명에 23만주로 금액으로는 4650억원에 달했다. 캠페인을 통해 약 3000명(9만2000주)이 2911억원을 찾아갔다.

이 사장은 의례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구상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전산망과 연계, 10만원 이상에 상당하는 미수령 주주 1만5000여명의 최근 주소지로 사전 통지했다. 예탁결제원 로비에 주식찾기 전용창구를 개설해 전담인원 배치했고, 전화상담을 위한 핫라인 증설과 홈페이지 용량 확충을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 했다.

이 사장의 고객 만족 경영은 수수료 체계개선과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이어지고 있다. 수수로 체계개선은 추가인하 여지가 있는 지에 관해 용역을 준 상태다.

2011년 3월쯤이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용역 결과에 따라 추가인하 여지가 있으면 수수료를 내리겠다는 게 이사장의 구상이다. 하지만 무조건 내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수수료는 과거에는 포괄적으로 징수했다면, 이제는 계좌별, 예탁안건 등 개별적이면서 세부적으로 접근해 징수체계를 달리해 합리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DTCC라는 기관이 예탁업무를 하는데, 업무별로 350개 가량으로 나눠 업무 서비스별로 차별화해 수수료를 받고 있다. 아울러 예탁결제원의 업무를 시장에 널리 알리는 것도 목표다.

예탁결제원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시장에 어떤 것을 알려야 되는 지 용역도 맡긴 상태다. 결과가 나오면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 공개할 방침이다.

증자도 단계적으로 할 방침이다. 예탁결제원의 자본금은 315억원에서 최근 400억원으로 늘었다. 이 사장은 전체 예탁자산이 2400조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자본금이 절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라고 여긴다.

더불어 현재 1000억원 가량인 충당금도 중기적으로 1조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국제기준은 예탁자산의 0.1%로 2조4000억원 가량 쌓아야 되지만, 일단 1조원이 목표다.

예탁결제원은 증가하는 정보량과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목전이다.

현재 쓰는 예탁결제원의 정보처리망인 'Safe시스템'이 구축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시스템 업그레이드 사이클이 일반적으로 5년인 점을 고려하면 차세대 시스템과는 괴리가 있다. 이 사장은 2009년 1월부터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차세대화를 위해 500억원을 투입해 2011년초 개통을 목표로 진행중이다.

◇해외진출도 시동

이 사장은 해외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증권관련 유관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홍콩사무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지만, 국내 법령과 관련 규정들의 변화가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아 외국인들이 답답해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외국인의 목마름을 해소하고 국내 제도 개선을 정확히 알리는 차원에서 홍콩사무소 개설을 준비중입니다."

최근 도입된 전자투표 제도의 정착도 이 사장의 과제다. 12월 결산기업 주주총회의 96%가 몰려있는 내년 3월을 목표로 국내 유수의 기업을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에 동참시킨다는 계획도 있다. 전자투표는 주주가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주주명부와 주주총회 안건 등을 등록하면 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내에서 상징적인 기업 몇몇과 현재 전자투표에 대해 논의중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전자투표에 참여하면 나머지 기업들의 전자투표 채택도 확산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기업과 주주들이 전자투표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머뭇거리지만, 향후에는 전자투표제가 증권시장에 확대돼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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