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세컨드 하우스/ 멀티해비테이션 생활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 아닌가요?”
한 대기업 차장이 기자의 취재내용을 듣고 한 말이다. 제법 돈도 모았고 별로 부족해보이지 않은 그에게도 세컨드 하우스는 ‘딴 세상 이야기’다.
물론 세컨드 하우스를 갖기 위해선 적잖은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반드시 토지가 있어야 하고, 그 위에 어떤 형태로든 집을 지어야 한다. 기존에 살고 있는 집 역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상상만큼의 과다출혈을 하지 않더라도 두집 살림이 가능하다. 이른바 비용과 노력의 효율적 분배가 해답이다. 멀티 해비테이션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직장과 전원생활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세컨드 하우스는 대안교육의 대안
건국대 정치외교학부 최한수(62) 교수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세컨드 하우스 예찬론자다. 가장 큰 장점은 자녀의 교육이다. 보통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을 1차 교육 목표로 삼기 쉽지만 최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자녀들이 직접 노동을 하고 결과물을 얻는 과정을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세컨드 하우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대안학교에 보낼 수 없다면 주말농장에서 함께 하는 것으로도 노동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어요. 분업화에 길들여진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부모와 함께 공동작업을 함으로써 공동체생활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부부간의 대화가 늘어난 것도 세컨드 하우스를 갖게 된 뒤의 변화다. 같이 일하고 부대끼다보면 대화 소재가 늘어나고 작물 수확의 기쁨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 실제 그의 두번째 집 앞마당에는 온갖 식용작물이 넘쳐난다. 토마토 가지 오이 딸기 등 샐러드용 채소를 비롯해 도라지 구기자 취나물 더덕 당귀 등 약초용 식물이 앞마당을 수놓고 있다.
“주말 전원생활은 이웃들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해요. 소탈하게 먼저 인사하고 농촌일도 열심히 했더니 지역주민들이 퇴비를 나눠주더라고요. 각종 나물이나 도토리 등 국산 제품을 산지에서 직접 살 수 있는 기회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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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전원생활의 꿈을 이루기 위해 4년 전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에 세컨드 하우스를 장만했다. 멀티 해비테이션이 보편화되지 않던 시절부터 꾸준히 전원주택에 관심을 가졌던 터였다.
으레 전원주택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 교수를 사례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그가 33㎡의 조립식 소형 목조주택을 구입한 비용은 1800만원. 4년 전 시세라고 해도 무척 싼 금액이다.
“평소 관심을 갖고 발품을 팔다보면 좋은 물건을 찾을 수 있어요. 우리집은 계약 포기된 집을 싸게 매입한 경우입니다.”
30㎡ 가량되는 데크와 23㎡ 넓이의 창고는 700만원 들여 만들었다. 일꾼 4명과 함께 숙식을 해가며 1주일 동안 지었다. 페인트도 직접 칠하고 잔디도 사다 심었다. 시공업체를 통해 지었다면 주택 가격과 맞먹는 1500만원이 더 들었을 것이다.
물론 기타 비용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설계나 용도변경 등 기타 제반비용에 약 500만원의 비용이 추가됐고, 우물을 만드는 데는 800만원이 들어갔다. 그나마 대부분 직접 찾아보고 손수 일을 해서 비교적 싼 값에 해결한 편이다.
“이곳에 지내면서 새롭게 꾸미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오는 길에 나무나 잔디를 조금씩 사서 심어요. 우물도 얼마 전에 만들었고 집 뒤쪽으로 유리집을 또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살아있는 재미, 최 교수가 이야기하는 세컨드 하우스의 매력이다.

◆퍼스트 하우스를 줄이더라도
세컨드 하우스를 가진 이들을 바라보는 선입견은 우선 ‘여유자금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성용(50) 씨의 사례를 보면 여유자금이 전부는 아닌 듯하다. 그는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인근에서 분양한 82㎡짜리 단지형 목조주택을 세컨드 하우스로 장만했다. 대지 230㎡의 가격까지 포함해 1억8000만원을 들였다.
여기까지 들으면 ‘돈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의 사연은 조금 색다르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구입한 아파트를 132㎡에서 99㎡로, 최근엔 50㎡까지 줄였다. 아들이 군대에 입대한 터라 집을 크게 줄였다.
“작년 1월에 매입했으니까 만 1년 됐네요. 핀란드산 홍송으로 지은 집입니다. 집을 줄이는 비용으로 6개월 전에 임야 등을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살다보니 활용하고 싶은 땅이 더 늘어서요.”
그의 집은 시흥 능곡지구다. 그는 인천시청에서 근무하다가 얼마 전 퇴임하고 인천의 한 측량사무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주말에는 영월로 달린다. 집에서 2시간 거리다.
이씨의 전원생활은 ‘전원 친구들’로 풍성하다. 세컨드 하우스가 전원마을에 있는 터라 10여가구가 주말마다 친구처럼 어울린다.
가족들과 함께 모이기도 하지만 최근 일거리가 늘어난 아내는 주로 시흥집을 지킨다. 덕분에(?) 남자들끼리 전원생활의 재미가 더 늘었다. 모닥불을 피우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낚시를 하러 다니기도 한다.
“심지어 자주 만나지 못하던 친구들도 세컨드 하우스가 생겼다는 말에 멀리서도 놀러옵니다. 친구들이 들으면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은근히 스트레스더군요. 아무도 찾지 않을 때는 명상이나 독서를 하거나 등산을 해요. 물론 고추나 상추 등 농사를 조금 하고 있고요.”
그는 요즘 세컨드 하우스의 트랜드를 ‘편리함’과 ‘커뮤니티’로 설명한다. 과거엔 직접 땅을 사서 집을 짓는 식이었다면 최근엔 지어놓은 집을 선호한다. 각종 인허가 과정과 건축기간 동안 결정해야 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이다. 이미 지어진 집을 고르는 편이 돈을 좀 주더라도 편하다는 입장이다. 또 온·오프라인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동지도 만들고 공동구매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주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분들이 많아요. 일찍부터 준비하는 분위기더군요. 돈이 많아서 세컨드 하우스를 지은 분은 별로 없어요. 물론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사람도 없고요. 그냥 전원생활이 좋은 도시인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