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젊은 롯데호'…먹성 본능 어디까지?

닻 올린 '젊은 롯데호'…먹성 본능 어디까지?

김진욱 기자
2011.02.15 12:23

[머니위크]CEO In & Out/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40여 년만이다. 신격호 회장의 롯데호가 ‘창업 1세대’ 돛을 걷어내고 아들 신동빈의 ‘2세대’ 돛을 새로 내걸었다.

지난 10일 롯데그룹은 임원인사를 통해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던 신동빈(56)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그의 승진은 1997년 부회장에 오른 지 14년만이다. 신격호 회장은 총괄회장에, 신동빈 회장은 한국롯데 회장을 맡는 체제다.

◆신동빈 라인 동반 승진…질주만 남았다?

“뭔가 달라질 것이다!”

재계의 시선은 ‘2세 롯데’의 변혁에 쏠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몇년간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추진과 함께 사상 최대의 그룹 실적을 일궈냈다. 그런 그가 오너 회장자리에 오른 만큼 그룹 안팎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신동빈 인맥’의 전면 부상이다.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인원 롯데정책본부 사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2007년부터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으며 수년간 신동빈 회장을 보좌한 그는 롯데그룹의 핵심사업을 주도해왔다. 이번 인사에서도 신 회장에게서 정책본부장의 직책을 이어받았다.

신동빈 회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황각규, 채정병, 이재혁 부사장 등 이른바 ‘가신 3인방’의 동반 사장 승진 역시 ‘신동빈 체제’를 더욱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신 회장이 지난 1990년호남석유(80,100원 ▲1,200 +1.52%)화학 상무로 입사할 당시 호남석유화학의 부장이었던 황각규 신임사장은 이때 신 회장과 인연을 맺은 이후, 1995년부터 정책본부 전신인 기획조정실에 몸담으며 함께 일했다. 그동안 '신동빈 비서실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롯데그룹의 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아온 채정병 신임 사장 역시 신동빈 회장이 1995년 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연을 맺은 이후 줄곧 신 회장과 동고동락해 온 사이다. 이재혁 신임사장도 기획조정실을 거쳐 2000년대 들어롯데칠성(113,500원 ▲900 +0.8%)음료 관리본부장, 롯데리아 대표이사 등 식음료 계열사에서 활동하다 2008년 정책본부로 오면서 신 회장의 핵심 참모로 활동한 인물이다.

◆끝없는 식욕…대한통운 ‘먹고’ 맥주시장 ‘안착'?

‘신동빈 체제’가 한층 두터워진 만큼 신 회장의 광폭 경영행보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롯데의 ‘먹성’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 여부가 최대 관심거리다.

그동안 신 회장은 ‘2018 아시아 톱10 글로벌그룹', 즉 오는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올려 아시아 10대기업이 되겠다는 슬로건 하에 줄기찬 M&A를 감행해왔다.

회장 승진 발표가 나기 하루 전에도 “대한통운 인수에 관심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검토는 없었지만 대한통운의 매각 일정 등을 지켜보고 있다”며 대한통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가 수입, 판매하고 있는 일본 아사히맥주가 100만케이스를 돌파한 저력을 바탕으로 “롯데의 숙원사업은 맥주”라며 맥주시장 진출도 자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탄소복합재전문기업 ‘데크항공’을 인수해 탄소섬유시장에 진출했다. 또 말레이시아 최대 유화업체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해 호남석유화학을 에틸렌 생산 기준 아시아 2위로 도약시켰다.

◆신격호 회장 역할은…한국롯데, 빠른 ‘승계’?

신동빈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신격호 총괄회장의 향후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 측은 "그룹 규모가 커져 글로벌 롯데의 경영을 총괄하는 직책이 필요해 총괄회장의 직책을 마련했다"며 "(신 총괄회장은) 예전과 다름없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현안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한달씩 오가는 특유의 '셔틀경영'을 하면서 당분간 그룹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겠지만 가급적 빠른 속도로 신동빈 회장에게 한국롯데의 '책임경영'을 맡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공식적으로 한국롯데의 회장이 됨에 따라 그의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의 승진시기도 관심사가 됐다.

다른 재벌가와 달리 롯데는 그동안 신격호 회장이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를 각각 큰 아들과 작은 아들에 나눠주며 분리경영하는 방침을 취해온 까닭에 형제간에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다툼이 없었다. 이와 관련 롯데 측은 "(신 부회장의 승진 여부는) 일본롯데의 일이라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신동빈의 승진 타이밍, 절묘한 이유

신동빈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평이다.

우선 대외적으로 승진에 대한 명분이 충분했다. 지난 2004년 10월 그룹을 총괄하는 정책본부장을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그는 그동안 롯데쇼핑 상장과 20여건의 M&A 글로벌 사업확대 등으로 그룹을 급성장시켰다. 그룹은 지난해 주력인 유통은 물론 석유화학을 비롯한 전 계열사의 선전 속에 약 61조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47조3000억원)보다 30%가량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23층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도 실행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다른 대기업들의 경영승계 행렬 역시 신 부회장의 회장 승진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삼성의 이재용, 이부진을 비롯해 SK 최재원, 대한전선 설윤석 등 로열패밀리들이 지난해 말 대거 승진인사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의 승진 역시 다른 재벌가 자녀들의 승진열기에 자연스럽게 편승했다는 점에서 “매끄러운 바통터치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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