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랩 수수료 논란' 증권업계가 발끈한 이유는?

'자문형랩 수수료 논란' 증권업계가 발끈한 이유는?

김부원 기자
2011.02.23 10:11

[머니위크 커버]랩폭탄 터지나 / 자문형랩 수수료 논란

재테크의 성패는 수수료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이나 펀드 투자로 수익을 냈지만 높은 수수료로 인해 돌려받는 돈이 생각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오히려 원금보다 적을 때도 종종 있다.

반면 수수료는 금융회사의 주 수입원이기도 하다. 금융회사들은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는 만큼 고객들에게 더 높은 수익과 양질의 서비스를 약속한다. 고객들의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는 금융회사들도 있다.

그만큼 수수료를 빼놓고 재테크를 생각하긴 어렵다. 그런데 이 수수료 문제가 최근 들어 자문형랩으로 불똥이 튀었다. 증권사와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 간에 펼쳐진 신경전이어서 더욱 관심이 뜨겁다.

이번 수수료 논란은 자문형랩을 비롯해 많은 금융상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권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은 이번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수수료 논란 왜 시작됐나

자문형랩 수수료 논란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박 회장이 지난 2월7일 열린 '제1회 금융투자인상 시상'에 참석해 "3% 수준의 자문형랩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때마침 바로 다음날에는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의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 역시 자문형랩 수수료에 대해 짚고 넘어갔다. 그는 "수수료 인하 문제는 시장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수수료 경쟁보다 고객가치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수수료를 인하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셈이다.

이들의 논쟁이 더욱 흥미로웠던 이유는 펀드투자를 선도한 미래에셋그룹과 자문형랩의 선두주자인삼성증권(111,600원 ▼200 -0.18%)의 신경전이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펀드시장의 후퇴는 자문형랩의 성장으로 연결됐다. 따라서 단순히 자문형랩 수수료를 둘러싼 시각 차이가 아니라 펀드와 자문형랩을 대표하는 두 증권사의 자존심 대결이란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자문형랩 수수료 어떻게 책정되나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자문형랩의 수수료는 어떻게 책정되고 부과되는 것일까? 펀드와 자문형랩 모두 간접투자 상품이지만 수수료 책정 방식은 전혀 다르다. 펀드의 경우 운용보수, 판매보수, 수탁보수, 사무보수 등이 포함된 수수료로 부과된다. 일반 주식형펀드의 연 평균 수수료는 1.64% 수준이다.

자문형랩의 경우 연 평균 수수료가 3% 수준이다. 3%의 수수료는 증권사와 투자자문사가 보통 8대 2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또 자문형랩은 주식 매매수수료가 전혀 없으며 전체자산에 대해 랩 수수료만 부과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따져본다면 자문형랩의 수수료 부과 방식은 크게 선취형과 후취형 두 가지로 나뉜다. 선취형 자문형랩은 전체 가입금액에서 2%대의 수수료가 일괄적으로 부과된다. 이 상품은 모집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액티브형 상품으로도 불리는 후취형 자문형랩은 수수료가 '체차식'으로 부과되므로, 많은 금액을 투자할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한 증권사 자문형랩의 예를 든다면 1억원 이하를 투자하면 연 3.0%, 1억원 초과~3억원 이하 투자 시 연 2.5%, 3억원 초과~5억원 이하의 경우 연 2.3%, 50억원을 초과하면 연 1.4%가 수수료로 부과되는 식이다.

이 수수료는 연 단위가 아니라 보통 분기 단위로 평잔에 대해 부과된다. 정종욱 동양종금증권 고객자산운용팀 차장은 "만약 2011년 1월에 1억원을 투자했고 3월까지 1000만원의 수익이 났다면 1억1000만원에 대해 0.75%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선취형보다 후취형 자문형랩에 가입하는 것이 수수료 면에서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수수료 인하에 반발하는 이유

대부분 증권사들은 자문형랩 수수료가 결코 높은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단 펀드와 자문형랩의 수수료를 평면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펀드와 랩은 상품의 성격 자체가 다르므로 수수료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또 자문형랩은 수수료가 체차식으로 부과되므로 수수료율을 연 평균 3% 수준으로만 보는 것도 무리라고 주장한다. 한 증권사의 랩운용 담당자는 "자문형랩은 매매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펀드는 매매수수료가 펀드기준가에 포함된다"며 "따져보면 펀드 수수료가 연 1.36%만 넘어가도 자문형랩보다 펀드의 수수료가 더 비싼 셈"이라고 설명했다.

자문형랩이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자문사의 문턱을 낮춰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PB는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문형랩은 적은 비용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직접 받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수료 논란에 대처하는 증권사들

자문형랩 수수료 논란이 불거진 후 일부 증권사는 실제로 수수료를 전격 인하했다. 논란에 불을 지핀미래에셋증권은 자문형랩 수수료를 연 3%에서 1.90%로 일괄 인하했다.

현대증권역시 자문형랩 수수료를 최대 50%까지 내렸다. 따라서 기존 1.5~3%인 현대증권의 자문형랩 수수료율은 1~1.5%로 인하됐다. 신규 고객은 물론 기존 고객에게도 수수료 인하 혜택이 적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증권사들이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수수료 저가 경쟁에 참여하기보다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수수료 논란이 일자 우리투자증권은 관리 프로세스 강화와 시장기능 제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쪽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증권 역시 다양한 수수료 체계의 자문형랩 상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으므로 수수료가 아닌 서비스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겠다며, 수수료 인하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수수료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수수료 인하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인 모습이다.

아울러 자문형랩 수수료를 인하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겠지만,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이 투자자문사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향후 수수료 인하로 인해 투자자문사의 부담이 커진다면 해당 증권사와 협조체제가 약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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