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그녀를 사로잡은 한 마디

[광화문]그녀를 사로잡은 한 마디

박창욱 생활경제부장
2011.03.01 09:07

#. 네 살짜리 늦둥이 아들(아직 세 돌이 채 안 됐다)이 요즘 하루가 다르게 '사람 꼴'을 갖춰 가는데, 그걸 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말도 제법 늘어 간단한 심부름도 시킬 수 있다. 잘 때를 제외하면 용변도 거의 어김없이 가린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도가 빠른 편이라고 한다. 크면서 어차피 자연스레 배울 일인데, 바보스럽게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렇듯 진도가 빠른 비결(?)은 아무래도 '오버스럽게 칭찬하기'가 아닐까 싶다. 특히 용변을 처음 가릴 때 효과를 톡톡히 봤다.

기저귀를 처음 떼고 아이가 거실에서 그냥 오줌을 쌀 때도 “쉬 마려우면 '쉬'라고 말하라”고 눈을 마주치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러다 처음으로 아이가 “쉬”라고 했다. 얼른 빈 우유병으로 해결해주곤, 잘 했다고 나와 아이 엄마가 모두 요란하게 박수를 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아이를 칭찬해줬다. 엄마 아빠의 '오버'에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내와 나의 요란스런 칭찬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아용 변기에 소변을 보고, 나아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해결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심부름도 같은 방식으로 가르쳤고, 인사하는 습관도 그렇게 들였다. 아직 그림책 수준이지만 책 읽는 습관도 그렇게 붙여 볼 참이다.

#. 예전에 재밌게 본 영화 가운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작품이 있다. 잭 니콜슨이 연기한 주인공 멜빈은 강박증에 시달리는 소설가로 성격이 정말 괴팍하다. 무례하고 늘 독설만 내뱉는다. 모두가 싫어하는 그를 단골로 가는 식당의 캐롤만은 참을성 있게 상대해주며 친절하게 서빙을 해준다.

캐롤을 좋아하는 멜빈은 드디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제 버릇 남 주겠나. 멜빈은 괜한 말로 캐롤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멜빈은 화가 나 자리를 뜨려는 그녀를 간신히 말린다. 캐롤은 멜빈에게 독설 대신 칭찬을 한번 해보라고 한다.

고민 끝에 입을 떼는 멜빈. “나는 강박증 때문에 고통당하고 있어요. 의사는 약을 복용하면 60% 정도는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난 약 먹기가 싫어요.” 캐롤은 엉뚱한 소리만 한다고 타박하는데 멜빈은 말을 이어간다. “나는 약 먹는 걸 정말 싫어하지만 당신이 나를 찾아온 그 다음날부터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이 말을 듣고 약간 기분이 좋아진 캐럴. 멜빈의 결정타가 나온다.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었소.” 캐롤은 한 평생 들어본 것 중에 최고의 칭찬이라고 기뻐한다. 독설밖에 모르던 괴팍한 남자가 자기의 약점인 속사정까지 털어놓으면서 한 진심어린 칭찬이 그녀를 기쁘게 만든 것이다.

#.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직장인들이 상사의 칭찬에 목 말라 한다는, 또 많은 직장인들이 칭찬을 듣지 못한다는 취업정보 업체의 설문조사 내용을 인용한 보도가 이미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왜 이리 칭찬을 아낄까. 아마도 경쟁이 너무나 치열한 사회여서 그런 건 아닐까. 누군가를 칭찬하면 자기 위신이나 입지가 깎인다고 생각하는 거다. 동기가 나보다 먼저 승진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후배가 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겁나고, 선배를 넘어서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다보면 누군가를 칭찬하기가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괴테는 “남을 칭찬하면 자기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칭찬하는 상대와 같은 위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남을 칭찬하면 그 복이 결국 자기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칭찬은 남에게도 좋고 나도 행복해지는 일이다. 작은 일이라도 진심을 담아 칭찬하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많이 울렸으면 좋겠다. "큰 소리로 칭찬하고 작은 소리로 비난하라." 러시아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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