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그리스, 디폴트 피할 수 있다"

제프리 삭스 "그리스, 디폴트 피할 수 있다"

권다희 기자
2011.07.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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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가 핵심…20년 동안 獨 수준의 낮은 금리로 빚 갚을 수 있도록 해야

다수의 전문가들이 그리스의 디폴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제프리 삭스 콜롬비아대 교수는 저금리 장기 상환을 통해 그리스가 디폴트되는 상황을 면할 수 방법이 있다고 제기했다.

삭스 교수는 1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 글에서 그리스가 불가피하게 디폴트 할 것이며 강제적인 채무조정이 발생할 것이란 일각의 주장이 '순진한'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질서 있는 디폴트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디폴트가 초래할 막대한 위험을 경고했다.

은행부도, 다른 국가들로의 전염, 신용부도스왑(CDS) 급등, 그리스 채권을 매입했던 벤처펀드들의 법적인 조치, 채권단의 제소, 유럽 내 정치적 분열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유로 통화라는 단일 통화동맹의 해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디폴트 상황을 너무 쉽게 거론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폴트가 결국에는 진짜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폴트가 제일 먼저 고려하는 방안이 되선 안 된다고 역설한다.

삭스는 볼리비아, 폴란드, 나이지리아 등 많은 국가들의 채무 조정 협상에 관여해 왔던 경험을 예로 들며 '그리스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유로 통화동맹(EMU)이라는 선진 경제권에 소속된 국가이기 때문에 초 인플레이션이나 예상을 뛰어넘는 정정 불안 사태로 빠져들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또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디폴트 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아직 그렇게 말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그리스의 대외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20%인데다가 국채 금리 급등으로 그리스가 이자로 지급해야 할 돈만 향후 몇 년 간 GDP의 6%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이대로만 본다면 경제적, 정치적으로 지속불가능 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삭스 교수는 이 위기가 더 잘 다뤄질 경우 그리스가 그만큼의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IMF와 EU는 그리스가 필요로 하는 돈을 추산할 때 그리스가 디폴트 위험이 반영된 굉장히 높은 시장금리로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가 직면한 문제는 디폴트에 대한 우려 자체가 그리스의 국채 금리를 급등하게 하는 자기예언적인 부분에 있다. 금리가 급등하며 견딜 수 없는 수준의 부채 부담으로 인해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은 국채 금리를 더 높은 곳으로 끌고 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만약 그리스가 현재와 같은 고금리가 아닌 독일 수준의 금리로 부채를 갚을 수 있다면 그리스는 빚을 다 갚을 수 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의 경우 금리가 연 3.5% 수준인데 유로존의 연 인플레율이 1.5%임을 감안할 때 실질 금리는 2%나 이보다 낮아지는 셈이다.

여기에 그리스가 연 3% 수준으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면 그리스는 향후 20년 간 GDP 대비 대외 부채 비율을 120%에서 70%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게 삭스 교수의 계산이다.

삭스 교수는 그리스가 부채를 저금리(현재 AAA 등급 국가의 국채 금리 수준)로 20년 간 상환할 수 있다면 디폴트 없이 장기적으로는 부채를 갚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프랑스 정부와 은행들이 논의하고 있는 대로 만기를 연장해 준다 해도 영구적이고 급격한 수준으로 금리를 낮춰주지 않는다면 효력이 없다.

그렇다면 저금리고 천천히 빚을 갚은 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삭스 교수는 범 유럽적인 보증 하에 그리스의 채무 이자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로존 국가들이 보증만 해준다면 그리스도 독일이나 프랑스 정도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악셀 베버 전 분데스방크 총재가 이런 식의 접근을 제시한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금까지 이 같은 방식의 해결책을 반대하고 있다. 삭스 교수는 메르켈이 독일 국민들의 세금으로 그리스 구제 금융에 사용한다는 여론의 비판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이러한 우려가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무질서한 디폴트가 발생하다면 납세자들은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유럽 정부들이 그리스 부채를 보증할 때 직면하게 될 막대한 정치적 역풍을 다룰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EU가 역내 금융사들의 자산과 금융거래에 부과하려고 하는 세금으로 그리스 디폴트를 대비해 채무 상환을 보증하는 기구를 유럽중앙은행(ECB)에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일거삼득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그리스는 저금리로 빚을 갚을 수 있고, EMU가 생존할 수 있으며 (그리스 채권단인) 은행도 보호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최선의 경우 모두가 승자가 된다. 최악의 경우는 그리스가 디폴트 하는 상황인데 이때도 유럽 보증 기금이 있기 때문에 은행권의 패닉이나 유로 붕괴는 막을 수 있다.

물론 디폴트가 없으려면 그리스의 경제가 다시 성장하고 유로존이 존속한다는 중요한 전제가 필요하다. 그는 태양광·풍력 등 전력 사업, 관광업, 아시아-유럽 간 교통 요충지로서의 역할 등 그리스의 비교 우위를 발판 삼아 경제성장 또한 믿어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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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1부 권다희입니다. 산업과 지역의 녹색전환, 재생에너지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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