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전셋값에 헉헉대는 정부

고삐 풀린 전셋값에 헉헉대는 정부

지영호 기자
2011.08.24 09:04

[머니위크 커버]미친 전셋값/MB정부 전세대책 효과는?

‘백약이 무효’라는 말은 전세난에 빠진 주택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현 정부 들어 서울 및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국지적 하락이 있었을 뿐 대세 상승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1번지가 조사한 수도권 분기별 전세가격 추이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경우 2008년 3~4분기만 각각 전분기 대비 0.05%와 2.17% 하락했을 뿐 대부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인천 및 수도권 역시 2008년 하반기를 제외하면 모두 전셋값이 상승했다.

현 정부 들어 전셋값이 급등한 시기는 2009년 3분기부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부동산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전세가격은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2009년 하반기부터 급등세로 돌아섰다.

하반기부터 폭등한 전셋값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를 연상케 했다. 학군수요와 강북권 재개발 이주수요가 몰리면서 서울의 전세가격은 9.43%가 올랐다.

이후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전세대책을 내놨다. 1·13 전월세시장 안정화 방안, 2·11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 6.30 전·월세시장 안정 등 서민 주거지원확대에 이어 8·18 전·월세 시장안정화 대책까지 이어졌다.

연달아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의지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정부가 임대차시장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불안감은 커졌다. 올해 정부가 내놓았던 부동산 대책을 시장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도돌이표 정부정책에 시장 반응 냉랭

올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공급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화로 전·월세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13 대책에 담은 내용에서 공급확대 의지가 엿보였다. 정부는 소형·임대주택 13만호 중·소형 공공분양과 임대주택 9만7000호의 입주 시기를 앞당기고, 빈집 상태인 판교 순환용 주택 1300호를 즉시 공급하는 한편 다가구를 매입해 전세임대주택으로 전환, 2만6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LH공사 등 공공이 보유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전·월세 주택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민간부분에 소형·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특별자금을 지원하고 주택기금에 전세자금 지원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1·13 전세시장 안정방안이 발표된 1월 서울시 전세변동률은 오히려 0.97% 상승했다.

시장의 반응이 없자 정부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 지원한도를 8000만원으로 확대하고 금리를 4.0%로 낮추는 한편 매입 임대사업자 세제 지원이 포함된 2·11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고삐 풀린 전셋값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2.11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책을 내놓은 2월 서울시의 전세값 상승률은 0.62%를 기록, 여전히 맹위를 떨쳤다. 사실상 초기진화에 실패한 셈이었다.

◆전·월세 안정, 거래 활성화, 건설경기 부양, 세 마리 토끼 쫓은 꼴

전세대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정부는 3·22 주택거래 활성화방안을 내놨다. 수도권의 DTI 규제를 4월부터 8·29대책 이전으로 환원하고 생애최조 주택구입 대출 지원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한편 취득세율을 절반으로 감면해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전세가격 안정과 더불어 정부의 고민이 주택경기 활성화인 점을 고려하면 고민스런 주택정책의 새로운 활로로 여겨졌다.

하지만 4월 서울시의 주택가격은 -0.11%, 전세가격은 0.71%를 기록했다. 거래를 늘리려면 주택가격 상승이 필요한데 오히려 매매가격은 떨어지고 전셋값만 오른 것이다. 거래 부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국토해양부 온나라부동산정보에 따르면 4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7328건으로 3월(1만37건) 대비 26.99% 줄어들었다. 전국적으로도 8만7978건이 거래돼 전월(9만7842건)에 비해 10.08% 감소했다.

건설업계 부실문제는 정부의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이에 정부는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5·1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위기에 놓인 건설사의 유동성 지원과 수도권 미분양 해소방안을 내놓는 한편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의 층수제한 완화와 가구수를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책은 건설사 지원에 초점을 맞춘 터였다. 역시나 결과는 미미했다. 대책 이후매수세도 건설사의 유동성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

6월30일 정부는 하반기 부동산 로드맵을 발표한다. 6·30 전·월세시장 안정 등 서민주거지원 확대 정책이다. 수도권의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을 완화하고 임대주택사업자의 추가 세제지원와 소득공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마찬가지로 발표 이후 시장은 정부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7월 전세변동률은 1.44%까지 오르며 2009년 전세가격 폭등을 재연했다.

◆네 번째 카드, 이번에는 달라질까

이번 8·18 전·월세 시장안정화 정책은 임대사업자의 요건을 3가구에서 1가구로 완화해 민간공급을 늘리고 소형주택의 전세보증금을 과세대상에서 배제해 서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뚜껑이 열리자 전문가들은 '기존 정책의 재탕'이거나 '강력한 한 방이 없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가을철 전세난을 잡기에는 무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부사장은 “세제·공급·자금지원 등이 모두 망라된 종합처방이지만 효과를 보려면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며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 수요를 조절하기 쉽지 않아 단기적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수도권의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꼬인 매듭 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서울 및 수도권의 이주수요 증가와 매매시장의 불안으로 인한 전세 눌러앉기 심리가 높아 전세 수요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조건이나 세제 완화도 한계가 있는 만큼 전·월세 상한제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단기적 효과는 어렵지만 정책 추진속도에 따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견해도 없지 않았다. 조민이 에이플러스 리얼티 팀장은 “전세난의 근본적인 원인인 매매시장 위축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면서 다만 정책이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된다는 가정 하에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주소형 전세 수요자들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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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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