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하이닉스 인수 재검토하는 이유

SK, 하이닉스 인수 재검토하는 이유

이상배 기자, 오상헌
2011.11.09 15:50

검찰 수사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 하이닉스 재매각 가능성, 하이닉스 주가변동 등

당초하이닉스(986,000원 ▲53,000 +5.68%)반도체의 새 주인으로 유력시돼온SK텔레콤(76,600원 ▲2,400 +3.23%)이 하이닉스 인수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SK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이 단행된 것이 중대한 분수령이 됐다. 그러나 압수수색이라는 하나의 사건 만으로는 SK텔레콤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이닉스 인수 본입찰(10일)을 코 앞에 두고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 포기 가능성까지 고려하게 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검찰의 고강도 수사에 따른 일부 경영진 거취의 불확실성 △하이닉스 매각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 △하이닉스의 주가 변동 등이다.

◆검찰 수사로 인한 불확실성=지난 8일 SK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당초 SK그룹이 예상한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장기간 표류해왔다는 점에서 수사가 추가로 확대될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SK그룹 관계자는 "올초부터 그룹에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압수수색까지 받을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함에 따라 경영상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검찰의 칼끝이 최 수석부회장을 조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부 경영진의 거취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최 수석부회장의 경우 그동안 SK텔레콤을 중심으로 그룹 신사업 발굴 등에 깊숙히 관여해왔다. 따라서 최 수석부회장 등의 거취에 변화가 생긴 상태에서 하이닉스 인수시 '인수·합병 후 통합'(PMI: Post Merger Integration)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할 경우 검찰의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이닉스 재매각 가능성=만약 SK텔레콤의 본입찰 불참으로 하이닉스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SK그룹 입장에서는 크게 아쉬울 것이 없다. 아직까지 SK텔레콤 외에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는 곳이 없음을 고려할 때 하이닉스 인수 기회가 또 한번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SK그룹 입장에서는 검찰의 수사 확대로 경영상 불확실성이 높아진 지금 굳이 하이닉스 인수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정책금융공사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은 SK텔레콤의 본입찰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10일 본입찰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외에 다른 인수의향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본입찰 불참시 하이닉스 매각은 또 한번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 주가도 변수=SK텔레콤 입장에서는 본입찰 직전에 하이닉스 인수를 기정사실화해서 좋을 것이 없다. 하이닉스 주가가 올라 인수가격 부담만 커지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해 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통상 기업을 인수할 때 적정 인수가격을 책정할 때에는 '전사적 기업가치/상각전 영업이익'(EV/EBITDA) 방식을 사용하지만 실제 인수가격을 제시할 때에는 주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하이닉스의 경우 공공기관인 정책금융공사 등이 채권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헐값매각' 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인수자에게 시가 대비 일정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하이닉스 주가는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인수 무산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8.5% 하락하며 2만2050원으로 내려앉았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만약 하이닉스 본입찰에 참여하더라도 그만큼 인수대금 부담이 줄어든 셈이다.

한 투자은행(IB) 전문가는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렸듯 외부적으로는 불확실성을 남겨두는 것이 인수가격 측면에서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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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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