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휴대폰에 들어가는 리니어 진동모터를 생산하는 코스닥 B사는 3분기에 쓰라린 속을 달래야 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S전자 납품중이 75%에 달해 '수혜주'로 부각됐지만, 새로 출시된 제품부터는 납품이 중단되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96.5%, 매출액은 61.6%나 줄었다.
납품이 끊겨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로 타격을 입게 된데는 '괘씸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게 증시 애널리스트들의 관측이다.
B사가 미국의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 S사와의 계약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는 것이다. 휴대폰 담당 증권사 한 연구원은 "매출 다각화를 하려다가 기존 납품마저 끊긴 게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국내 IT업계의 먹이 사슬 생태계의 최정점에는 대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에 대한 납품 실적에 따라 IT 기업들의 실적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단일 매출처에 대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 매출처 다각화를 추진했다가 자칫 B사처럼 '밥줄'이 끊기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른 코스닥 상장사 K사도 노키아, 림(RIM) 등으로 고객사를 확대한 뒤 국내 대기업 매출이 줄어들어 2분기부터 실적이 급락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만드는 I사도 매출처를 다변화하면서 대기업 납품 물량이 급감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납품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들도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휴대폰이 잘 팔리는 만큼 매출이 늘어나지만 부품 업계 관계자들은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단가 인하 압박도 높아진다"고 토로했다. 실제 3분기 부품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증가 폭은 절반 수준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최근 태블릿PC '아이덴티티탭'을 만든엔스퍼트등 중소업체들은 KT가 제품수급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8~9월 KT와 아이덴티티탭 20만대 공급계약을 맺었으나, KT가 5만대만 납품받고 제품 안정성을 이유로 공급받기를 미루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최대의 갑(甲)'인 대기업을 신고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대부분의 '을(乙)'들은 속만 태울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부르고, 하드웨어는 세계 1위라고 주장한다. 대기업들은 때만 되면 협력업체와 주종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라며 '상생경영'을 외친다. 하지만 산업 현장의 많은 중소 IT기업들에게는 여전히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