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엄청난 비용, 전문의 부담..응급환자 '치료의 질' 보장 못해

"연봉만 2억원이 넘는 전문의를 개별 진료과마다 둔다면 어떤 병원이 버틸 수 있겠습니까. 이게 응급의료를 강화하는 것인지 병원을 고사시키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2일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새로운 응급실 비상진료체계' 설명회. 이날 참석한 한 전문의는 기자에게 새 응급실 진료체계의 문제점을 이같이 말했다.
현 응급실 진료체계는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우선 응급의학과 소속 의사가 환자를 보고, 더 정밀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해당 진료과로 연락해 후속 진료를 받게 한다. 문제는 이전에는 후속 진료를 해당 진료과의 당직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맡았지만 앞으로는 전문의가 직접 맡아야 한다는 것. 보건복지부는 단 병원 사정을 고려해 전문의가 병원 밖에 있다가 전화를 받고, 응급실로 와서 치료를 하는 '온콜'제도를 허용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이 같은 보완에도 불구, '문제 투성이'라고 지적한다. 안과 전문의인 H씨는 "병원의 응급 전화를 받은 후 과연 언제까지 도착해야 법을 어기지 않는 것이냐"며 "매일 당직표에 이름을 넣는 것만으로도 전공의들은 엄청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문의에게 낮에는 진료, 밤에는 응급환자 대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제도의 모순"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원장은 새 응급진료제도를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새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소아과만이라도 당직 전담 전문의를 구해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려고 했다"며 "그러나 야간 당직만 맡는데도 전문의들이 월급으로 1500만원이상을 불렀다"고 했다. 그는 "새 제도를 제대로 하려면 연봉 2억짜리 당직 전문의를 전체 진료과마다 둬야 하는데 어느 병원이 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 때문에 진료과별 전문의가 1~2명 정도인 중소병원에서는 아예 '응급의료기관' 지정 자체를 반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문의 1명이 야간 응급실 당직 진료를 맡을 경우 낮 시간 정상 진료에는 사실상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응급실 환자에게 추가 진료가 필요할 경우 바로 입원실로 보내자"는 대안도 나온다. 입원실 환자는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진료해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복잡한 '입원 수속'을 거치는 것이 응급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냐는 본질적인 문제가 여전히 따른다. 응급의료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전문의 당직제가 병원들의 응급 환자 기피를 부르고, 응급환자를 더 위험하게 하지 않을지 정부는 더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