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싸이 때문이다"라고 왜 말을 못하나

"이게 다 싸이 때문이다"라고 왜 말을 못하나

심재현 기자
2012.10.22 07:15

[S레터] 급등 '디아이' 조회공시 요구에…"확정된 사항 없다" 익숙한 답변

가수 싸이(35·본명 박재상)의 부친 박원호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반도체 부품사디아이(35,950원 ▲300 +0.84%)는 최근 조회공시 단골 종목입니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15일, 한 달도 채 못 되는 사이에 2차례 주가 급변과 관련해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습니다.

디아이는 지난 4월에도 '정운찬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해 조회공시 답변을 했었죠. 디아이가 2대 주주(지분율 14.92%)인 태블릿PC 패널 제조업체디아이디가 지난 10일 주가 급등 때문에 조회공시한 것까지 포함하면 계열사가 올 들어서만 조회공시를 4차례 요구받은 셈입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했을 때 증권가는 어떤 답변을 내놓을 지 예의 주시했습니다. 주가가 급등한 이유가 실제 수혜 가능성을 떠나 월드스타로 떠오른 싸이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황. 디아이가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답변하면 불성실공시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돌 정도였습니다.

ⓒ싸이 '강남스타일'뮤비 캡쳐
ⓒ싸이 '강남스타일'뮤비 캡쳐

다음날 나온 답변은 실망스러웠지만 예상대로였습니다. 디아이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으로 앞서 공시된 사항 이외에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익숙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디아이 입장에서는 싸이가 굳이 '회장님'의 아들이 아니라고 해도 싸이 때문이라고 밝히긴 곤혹스러웠을 겁니다. 지금까지 정치든, 정책이든, 시장이든 테마로 묶여 주가가 급등한 대부분의 상장사가 조회공시 답변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일 겁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 2011년 주가급변으로 조회공시한 사례 706건 중 500건(70.8%)이 이런 답변을 내놨습니다.

누구보다 사정을 잘 아는 거래소도 이런 '불성실' 답변을 용인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조회공시 요구 자체가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기업이 부도났다는 소문만으로 조회공시를 요구할 경우 사실이 아니더라도 해당 기업 주가가 추가 급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이런 답변이 마뜩찮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회공시 무용론도 나옵니다.

거래소는 22일부터 조회공시 답변을 할 때 주가급변이 공시대상 정보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를 알 수 있도록 "주가급등 사유 없음"이라고 답하던 문구를 "공시 규정상 중요 공시 대상이 없음"이라고 구체적으로 답하도록 했습니다.

조회공시가 공시다워지려면 비상식적 투자부터 없어져야 할 겁니다.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회공시를 '훈장'으로 여길 때도 있습니다.

실제로 안철수 대표 테마주인안랩(65,600원 ▲1,300 +2.02%)이 지난해 12월9일 조회공시에서 이례적으로 "기업의 실적과 가치 이외의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은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에도 주가는 한 달 동한 30%이상 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정확한 조회공시 답변일수록 건전한 투자 분위기 조성에 보탬이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주가급등 후 중요 사항이 없다고 공시한 상장법인의 55.1% 주가가 횡보 또는 하락 반전했고 주가급락 후 같은 답변을 했을 때는 66.7%가 횡보 또는 반등했습니다.

상장사 입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걸 스스로 막는 게 쉽진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실적이나 성장 가능성과 상관없이 급등한 주가는 결국 제 길을 찾아가기 마련입니다.

거래소의 이번 규정 보완을 넘어 상장사 스스로의 성실한 태도를 기대해봅니다. 언젠가는 "싸이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을 날도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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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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