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대한민국만큼 많은 벤처 정책을 내놓고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나라도 많지 않다. 정책면에서만 보면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의 벤처 정책은 일자리 창출, 세제해택을 통한 인센티브 부여, 벤처캐피탈을 통한 투자 등에 집중돼있는 반면, 벤처캐티탈업계는 벤처캐피탈 인력양성, 우선손실충당의무 면제, IPO 이외의 회수시장 개발, 벤처기업인 연대보증 폐지, 재도전 기회부여, 대기업과의 불균형 거래관계 개선,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할 이슈로 제기하고 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떠한 법률과 지원 및 규제 정책을 실행하기에 앞서 ‘창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업의 본래적인 의미를 살려 사회적 인식 변화를 도모하고 이에 기반한 창업 육성을 해주기를 당부 드리는 바이다.
벤처창업의 본질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혁신과 높은 위험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벤처는 기본적으로 대기업 구조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매우' 높은 위험을 인식하고 기꺼이 그것을 택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혁신적 기술로 사업을 수행한다. 그러기에 고위험 고수익을 기대한다.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없지만 본질적으로 성공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기본적 인식이 없이 벤처를 단순히 일자리 창출의 수단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캐치프레이즈가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벤처는 ‘Change the world’를 믿는 창업자들이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이니 어떻게 그것이 쉽게 이루어지겠는가?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대한민국 벤처산업은 정부가 주도하여 투자하고 있다. 한 예로 대부분의 대형 벤처캐피탈의 펀드중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서의 정부관련 참여 비율은 50%를 넘어 80%에 이르는 곳도 많이 있다.
결국 이러한 LP들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어떠하냐에 따라 무한책임조합원(GP)의 운용정책이 바뀔 것이며, GP의 위험 인식도와 운용정책이 기술과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한 벤처기업에의 투자현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패를 원하거나 일부러 실패하는 사람은 없으며 그러한 실패를 기대하고 투자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그것을 깊이 인식하고 투자 및 운용을 하는 것과 그러한 인식 없이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그렇기에 새로운 정부에서는 시장을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법률이나 정책을 남발하기에 앞서 정책을 수행하는 대상의 근본적인 위험도를 인지하고 지원부처에 대한 내부 평가 및 원칙부터 바꾸어 주었으면 한다.
높은 위험에서 비롯된 혁신적 사업의 실패에 대한 재도전 기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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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미덕은 결코 아니기에 실패를 장려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정직한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징벌을 가한다면 두가지 큰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혁신적 사고를 하는 창업정신이 쇠퇴하여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둘째는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으로 인하여 어떻게든지 실패를 피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비도덕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생기는 문제다.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게 되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업을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실패한 창업자는 기존의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롭게 정비하여 다시 사업을 수행하여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단순히 사업에 대한 경제적 책임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포함한 창업자의 삶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정부는 정직한 실패에 대하여 ‘실패’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재도전’에 초점을 맞추어 실패한 창업자가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제도적 정비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포괄적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를 강조하며 부러워하기 보다는 그들이 나올 수 있도록 50년간 성공과 실패의 씨앗을 뿌린 실리콘밸리의 정신과 토양을 부러워하여야 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벤처창업의 발전도 하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정부와 전 국민이 힘을 모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씨앗을 뿌려 척박한 땅을 옥토로 만들어 가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