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병자→EU 맹주' 獨 화려한 변신 비결은?

'유럽의 병자→EU 맹주' 獨 화려한 변신 비결은?

베를린=류지민 기자
2013.07.02 05:06

[창간기획;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3부 1-1>독일의 일자리 창출과 아우스빌둥

'7.6% vs 62.5%'.

독일과 그리스의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2013년 4월 기준)이다. 8배가 넘는 이 차이는 그리스와 스페인 등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청년 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유럽의 맹주로 떠오른 독일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독일에서는 주변 유럽 국가로부터 몰려든 젊은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독일이 자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유로존 국가의 청년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독일과 스페인 양국은 지난 5월 스페인 청년 5000명이 독일 기업에서 4년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독일 정부는 1억4000만유로(약 2000억원)의 예산을 스페인 청년들의 독일어 교육 및 이주 지원에 투입할 만큼 적극적이다.

베를린에서 만난 훔볼트 대학의 한 학생은 "유로존 위기가 일자리 문제와 직결되면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독일 내로 유입되는 스페인과 그리스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이 이제는 타국의 인력까지 필요로 할 만큼 안정적인 고용구조를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독특한 독일식 직업교육 제도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이 있다.

2004년에 시작된 아우스빌둥은 직업학교와 기업을 함께 다니며 실습과 이론을 동시에 배우는 '듀얼 시스템'으로 요약된다. 10년 동안의 의무교육 기간을 마친 독일 학생들은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1~2번 직업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는다.

통상 3년간의 직업교육을 마치고 상공회의소에서 관리하는 졸업시험에 통과하고 나면 '게젤레(전문가)' 자격증을 획득하게 된다. 연간 약 150만명의 학생들이 아우스빌둥에 참여하는데 졸업과 동시에 채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년 350개 가량의 직종에서 게젤레라는 전문가가 탄생한다.

풍부한 기술 인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히든챔피언'과 350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은 독일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 히든챔피언은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량기업을 가리키는 것으로, 독일 내에만 700~800개에 달하는 히든챔피언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해외 매출 비중이 평균 60%가 넘을 정도로 세계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독일의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버팀목이다. 히든챔피언 기업에 '아우스빌둥'을 통해 양성된 전문 인력들이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 있다.

여기에 정부의 다양한 재정지원 정책이 더해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완성된다. 정부는 기업이 창업이나 규모 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할 때 지방 금융기관의 대출시스템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신용 보증을 담당한다. 지난달에는 파산법을 개정해 한 번 창업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기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돈을 빌려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독일 정부는 금융 지원과 더불어 창업 상담 프로그램, 위기관리 프로그램 등의 운영을 통해 지원금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게 감시한다. 지원과 감독으로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최소화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독일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기업이 위치한 지역 금융기관과 연계돼 진행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에 대한 니즈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게 사실. 또 유로존 통합 이후 유럽 내에서는 관세장벽이 철폐됐기 때문에 비유럽 국가들로부터 투자의 필요성을 그리 크게 느끼지 않는다. 이런 특수성을 감안해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독일식'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다.

독일로 향하는 것은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뿐만이 아니다. 독일을 배우려는 발걸음이 세계 곳곳으로부터 이어지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의 '독일사랑'도 뜨겁다. 코트라가 지난 4월 개최한 '독일 히든챔피언 벤치마킹 세미나'에는 중소기업인들이 대거 몰려 성황을 이뤘고, 독일 현지에서 8개 히든챔피언 기업들을 둘러보는 연수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포스코는 지난달 협력업체 대표 및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독일 해외연수를 실시했다.

지난달에만 국회 내 독일 연구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과 민주당 원혜영 의원 등이 한·독 포럼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경기도 대표단도 투자유치를 위해 독일을 찾았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올 초부터 아예 독일에 머물며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베를린 주재 한국대사관의 정종영 상무관은 "최근 독일을 찾는 한국 정·재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며 "독일의 성공모델을 배워가려는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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