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0억 웃돈, 갈수록 커지는 '송파농협 미스터리'

[단독]300억 웃돈, 갈수록 커지는 '송파농협 미스터리'

김민중 기자
2016.10.11 04:57

[송파농협 미스터리] '땅 판' SH공사 "금액에 우리도 놀라"…금감원 "들여다본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금융감독원이 '송파농협 미스터리' 조사에 나섰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던 2013년 봄, 지역 유지로 꼽히는 이모 송파농협 조합장(65)이 조합 돈으로 700억원대의 땅을 샀다가 배임 혐의에 휘말린 사건이다. 파는 쪽에서 예상한 가격보다 수백억원이나 더 얹어준 이상한 거래였다.

(본지 9월9일자 19면 보도[단독]검찰 '농협 조합장 250억 배임' 봐주기 의혹참고)

10일 경찰과 검찰, 농협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조합장은 2013년 3월22일 SH공사(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개입찰(예정가격 410억원)로 내놓은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 미래형업무용지 4520㎡(1367평)를 710억원에 낙찰받았다. 다른 입찰자 4곳은 411억~430억원을 써냈다.

송파농협은 당시 자기자본금(1087억원)의 70%에 해당하는 돈을 들여 땅을 샀다. 이 땅에는 송파농협 신사옥이 신축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정상거래로 보기에 의아한 점이 있다"며 "경제사업부문이라 농협중앙회의 검사내용을 우회적으로라도 확보해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SH공사로선 팔려던 가격보다 300억원이나 더 받은 '대박'이 터졌다. 입찰과 부지 계약 업무에 관여한 SH공사 관계자는 "매우 높은 가격에 낙찰돼 우리도 놀랐다"며 "계약을 유지할 것인지 수차례 물어봤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모 의원이 억대 리베이트를 받고 이 조합장에게 땅을 소개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송파농협이 산 땅은 입찰자가 없어 이미 2차례 유찰됐다. 조합장은 입찰을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마감 3일 전에 열었다. 입찰금액을 정하기 위한 대의원회와 소위원회는 마감 당일 몰아서 했다. 금액을 최종결정한 소위원회는 30분 만에 끝났다.

적정 입찰금액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송파농협 직원 5명이 조합장 지시 없이 자체 조사한 결과 410억~415억원을 써내거나 입찰 보류 의견을 냈지만 이사회와 대의원회, 소위원회에서 한 번도 보고되지 않았다.

땅이 2번이나 유찰된 이유를 묻는 임원들의 질문에 당시 이 조합장은 "분양 여건이 달라졌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실제 입찰조건은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최종가격을 결정한 소위원회 참석자의 과반수는 "적정 입찰금액 조사 내용, 유찰 이유 등이 제대로 보고됐다면 그렇게 높은 입찰금액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사전 심의도 무시해 정관을 위반했다. 중앙회는 2014년 8월에서야 이 사실을 뒤늦게 적발하고 "건축비를 포함한 총 투자금액이 자기자본을 초과한다"며 자기자본 확충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했다.

송파농협은 지난 3월부터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 미래형업무용지 4520㎡(1367평) 필지에 연면적 약 4만㎡(1만2100평), 지상 14층, 지하 5층 규모로 신사옥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송파농협
송파농협은 지난 3월부터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 미래형업무용지 4520㎡(1367평) 필지에 연면적 약 4만㎡(1만2100평), 지상 14층, 지하 5층 규모로 신사옥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송파농협

송파농협 감사 2명은 2014년 8월 조합에 최소 250억원가량 손해를 끼친 혐의로 이 조합장을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수사지휘를 받은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해 3월 이 조합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해 12월 경찰이 수집한 다수 증거에 대해 이렇다 할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증거불충분(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수사에 착수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당초 경찰은 사건 접수 1달 만에 고소인 조사도 없이 "혐의없음이 명백하다"며 각하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감사들은 임원 11명의 서명을 포함한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고 검찰은 재지휘를 내렸다. 경찰은 수사관을 교체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조합 안팎에서는 이 조합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동부지검과 송파서의 협력단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조합비를 지원한 점 등을 들어 검경과 유착의혹도 제기한다.

이모 조합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정당한 절차를 거친 거래였고 검찰의 무혐의 판단까지 나온 사안"이라며 "어떠한 비리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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