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8% 빠진다" 전망에 패닉셀…'AI의 배반' 시나리오 섬뜩

"주가 38% 빠진다" 전망에 패닉셀…'AI의 배반' 시나리오 섬뜩

뉴욕=심재현 기자
2026.02.24 15:58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 표지.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 표지.

인공지능(AI)이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인류 경제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보고서 하나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를 '패닉셀'(공포매도)로 몰아넣었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할 인간을 없앤다는 'AI의 배반' 시나리오가 확산한 것과 맞물렸다. 세계적 IT(정보기술) 기업 IBM 주가가 하루만에 닷컴버블 이후 최대폭인 13% 넘게 떨어지는 등 AI발(發) 위기론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과학 소설을 연상시키는 이 보고서는 월가의 시장분석회사인 시트리니리서치가 썼다. AI 혁신이 2년여 뒤인 2028년 6월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AI가 제공하는 '저렴한 지능'이 고용시장을 무너뜨리면서 금융까지 시장 전반을 재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가 전망한 2년여 뒤 세상에선 초고성능 AI 도구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처럼 일상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기업용 구독 소프트웨어(SaaS)도 대체한다. AI가 결제 수수료가 낮은 경로를 찾아내고 신용카드 수요가 급감하면서 카드사와 연계된 은행이 몰락하고 소프트웨어 및 컨설팅 기업도 줄도산한다. 화이트칼라(사무직) 대량 감원이 발생하고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소비가 줄면 기업은 수익 확보를 위해 AI 투자를 더 늘리고 감원 열풍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보고서는 과거 시장 변화기와 달리 AI발 구조조정에는 자연적 제동장치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지금까지는 '지능'이 희귀한 자원이었지만 AI 시대에선 흔하고 저렴한 자원으로 전락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시장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실업률이 10%대까지 치솟고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못 갚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압도하는 혼란이 벌어지면 S&P500지수가 올해 고점 대비 38%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보고서가 월가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보고서 공개 하루만인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800포인트 넘게 급락하는 등 시장 충격이 컸다. 나스닥종합지수와 S&P500지수 역시 기술주를 중심으로 1% 이상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날 IBM의 기록적인 주가 하락에 주목했다. IBM 주가는 전날보다 13.2% 하락한 223.35달러에 장을 마쳤다. 닷컴버블이 붕괴되던 2000년 10월 이후 26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이다.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수만명의 컨설턴트가 수년 동안 매달려야 했던 구형 프로그래밍 언어 '코볼' 현대화 작업을 단 몇 달 만에,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발표와 겹쳐 시트리니 보고서가 경고한 '화이트칼라 대체'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전 세계 은행과 정부 기관의 메인프레임을 관리하며 막대한 컨설팅 수익을 올려온 IBM의 사업 모델이 AI 때문에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가 투매로 이어졌다.

공포매도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시트리니 보고서에서 위기 업종으로 거론된 기업들도 일제히 타격을 받았다. AI가 코딩과 관리 업무를 대체하면 구독사업 모델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세일즈포스(-5.4%), 서비스나우(-4.8%) 등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7%), 비자(-4%), 마스터카드(-6%) 등 결제 대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실업률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결제 수수료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배달 서비스업체 도어대시(-6.5%)와 승차 공유업체 우버도 소비 절벽 위협 속에 동반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이 그동안 AI의 공급 측면(생산성 향상)에만 환호했지만 이제는 수요 측면(누가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AI가 기업 이익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거시 경제 전반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트리니 보고서는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AI 시대에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어두운 거시경제적 역설의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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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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