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괘씸죄 걸렸나" 정부, 지배구조 개선 발표 주총전으로 당긴다

단독 "괘씸죄 걸렸나" 정부, 지배구조 개선 발표 주총전으로 당긴다

권화순, 김미루, 박소연 기자
2026.03.02 06:05

'지배구조 개선' 당국-금융지주 이사회 '온도차' 뚜렷
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사외이사 교체폭 1~2명, BNK만 5명 교체
회장 연임 특별결의 도입한 금융지주사 1곳도 없어

차기 회장 선임 앞둔 금융지주/그래픽=김다나
차기 회장 선임 앞둔 금융지주/그래픽=김다나

금융당국이 이달 말 예정했던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시점을 주주총회 전으로 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주 회장 연임 특별결의와 사외이사 단임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지주사 이사회는 사외이사 1~2명만 교체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금융당국과 금융지주사의 '온도차'가 뚜렷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주총 전 개선안을 발표해 '압박'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열린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선진화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금융지주사 이사회 사무국장들에게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의 발표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당초 TF 논의를 거쳐 이달 말쯤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발표 시점을 당기면 주총 전에 개선안이 공개되는 것이다. 금융지주 주총은 우리금융 23일, 하나금융 24일, BNK금융·KB금융 27일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이 발표 시점을 당긴 것은 금융지주사를 사실상 '압박' 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회장 연임시 주총 특별결의 도입과 사외이사 독립성·전문성 강화 및 3년 단임제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법 개정 전이라도 도입하도록 요구해 왔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배구조 개선이 좋은 일이면 미룰 이유가 없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당국 개선 방향이)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당국 발표 전이라도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반영을 우회적으로 압박해 왔다.

하지만 금융지주 이사회는 올해 사외이사 교체 폭을 1~2명으로 제한해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72%가 이번에 임기만료되는 만큼 큰 폭의 교체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친 셈이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BNK금융만 7명 중 5명을 교체했다. 아울러 우리금융이 회장의 3연임 특별결의를 주총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으나 정작 당국 검토안인 2연임 특별결의를 이번 주총에 도입한다는 지주사는 한곳도 없었다.

금융당국의 불편한 심기는 지난달 23일 열린 회의에서도 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날 8개 금융지주사의 이사회 담당 임원을 소집해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개선안을 물었으나 금융지주들은 "당국 개편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선제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자충수'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배구조 선진화 TF 발표 시점을 이달까지로 공표한 것이 상황을 꼬이게 했다는 지적이다. 상장사들은 주총 소집 2~3주 전(2월말) 소집된 이사회에서 주총 안건을 확정해야 한다. 특별결의나 사외이사 단임제 도입은 법 개정 사항인데 금융당국의 확정안 없이 이사회가 1개월 먼저 선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의 의지'의 문제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주총 전에 발표해도 결과적으로 이번 주총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3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를 마지막으로 주총에 올릴 안건이 모두 확정되기 때문에 이후에는 안건 변경이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부패한 이너써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주총에서 지배구조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상장사 주총은 정해진 절차가 있어서 갑자기 안건을 변경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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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김미루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미루 기자입니다.

박소연 기자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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