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대통령, 못 따라가는 공직사회]③
이재명 대통령, 공직사회에 여러 차례 속도 강조
공직사회는 대통령의 시간표에 버거워하면서도 적응해 나가는 모습

"공공기관 통폐합을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더라"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처음 거론한 건 지난해 8월 '나라재정 절약간담회'에서였다. 취임 두 달여가 갓 지난 시점이었고 300개가 넘는 공공기관의 통폐합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였기에 장기 과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시간표'는 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속도를 내달라"며 주무 부처인 당시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를 재촉했다. 대통령은 뛰는데, 공직사회가 쫓아가지 못한 결과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여러 차례 "공직자의 한 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다. 공직자의 시간은 국민 전체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을 향해 "5200만 국민 삶을 손안에 들고 있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만큼 공직자의 일과 속도를 강조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자가 솔직히 휴일이 어딨나"라며 "원래 24시간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적인'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인식도 강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이나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임기 초 한 시간과 중·후반의 시간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직사회는 대통령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정책 집행 속도를 잇달아 강조하고 논쟁적인 정책 현안까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공유하는 것도 공직사회의 움직임이 느리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대통령의 정책 지시는 기존 공직사회의 보법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과거에는 주요 정책을 마련할 때 외부 기관에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이해관계자의 여론을 수렴한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치는 절차가 일반적이었다.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결과물을 받아보는 데만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 대통령은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생리대, 교복 등 생활 밀접형 과제부터 공공기관 개혁, 부동산 세제 문제 등 이 대통령의 지시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부처의 정책 자율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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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도 이 대통령의 '시간표'에 점차 적응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교복 가격의 적정성 문제를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정장형 교복을 생활복·체육복 등으로 전환하는 것을 권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같은 날 교복 제조사와 대리점을 대상으로 가격 조사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렸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속도'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가 과거와 달리 구체적이고, 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책의 속도감이 달라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