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놀이공원, 찜질방" 홀로 있던 아기 사망...학대 사망 2위가 '방임'

"엄마는 놀이공원, 찜질방" 홀로 있던 아기 사망...학대 사망 2위가 '방임'

정인지 기자, 황예림 기자
2026.04.28 07:00

[MT리포트]죽어서야 드러난 영유아 학대(下)

[편집자주] 2020년 정인이 사건에 이어 지난해 해든이 사건까지, 가정폭력으로 인한 영유아 사망이 잇따르며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피해 아동이 어릴수록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피해를 호소하기 어려워 사망에 이르러서야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난다. 정부는 위기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체계를 정교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 정의와 부모 인식 개선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아동학대 사망 '제로'를 목표로, 실효성 있는 법적·사회적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학대로 '부모 떠난' 영유아, 어디서 어떻게 보호받나
전문위탁가정 현황 및 아동보호체계 기본절차/그래픽=김지영
전문위탁가정 현황 및 아동보호체계 기본절차/그래픽=김지영

5세 A군은 생후 15개월부터 전문위탁가정인 B씨와 살고 있다. 미혼모였던 친모는 아이를 자주 방임해 A군은 6개월부터 보육시설을 전전했다. B씨는 "보육시설을 2~3번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처음 만났을 때 예민하고 불안이 높은데다 말라있었다"고 회상했다.

가장 아찔했을 때는 A군이 의자에서 놀다가 넘어져 병원에 가야했을 때다. 치료하려면 친모의 허락이 필요한데 연락이 닿지 않아 아이는 병원에서 울면서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지금 친모는 아예 연락 두절로 행방불명 상태다. B씨는 앞으로 A군이 성년이 되기까지 키울 수 있도록 지난해 후견인 신청을 했다. B씨는 "후견인이 되면 병원 치료는 물론 아이의 성씨도 우리 가족과 같게 변경이 가능하다"며 "초등학교에 입학하더라도 여타 아이들처럼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유아가 가정폭력으로 원가정과 분리되면 '전문가정위탁'이 우선 고려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전문위탁가정 수가 많지 않아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영유아는 수유, 수면, 배변 등 24시간 돌봄이 필요하고 정기적인 진료와 애착형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보호시설 입소가 어렵다. 현장 관계자들은 전문위탁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7일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24년 전문위탁가정 수는 전국적으로 309곳이다. 2021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전문위탁가정이 법적으로 정식 분류되면서 2022년 209곳, 2023년 277곳에서 증가 추세지만 속도가 느리다. 실제 전문위탁가정에서 보호받고 있는 아동은 358명으로 이미 포화상태다. 이는 전체 보호아동(부모 사망, 학대 등으로 분리된 아동) 9355명 대비 3.8%에 불과하다.

전문위탁가정은 보호아동 중 학대 피해, 2세 이하(35개월까지), 장애, 경계선 지능 등 전문적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한 곳이다. 2세 이하이면서 학대피해 아동인 경우처럼 2가지 이상의 특성이 있는 경우 전문위탁가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전문위탁가정은 안정적인 소득이 있으면서 가정위탁 양육 경험(비혈연)이 3년 이상이거나, 사회복지사·교사·의료인·상담사 등의 전문자격이 있어야 한다.

학대피해아동은 보호종료 또는 원가정 복귀 시까지 위탁이 가능해 장기간 한 곳에서 머무르며 유년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전문위탁가정 수가 증가하지 못하면 새로운 아이들이 머무를 곳을 찾기 어려워진다.

전문위탁가정은 아동의 나이나 상태 고려 없이 아동 1인당 월 100만원을 일괄 지급받는다. 영유아는 분유, 기저귀, 옷 등 생필품이 많이 소모되고, 장애아의 경우 안전용품이 필요해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 이는 원칙적으로 아동 복지 목적에 사용해야 해 위탁자들의 봉사 의식에 기대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학대아동은 장기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해 제도적 지원이 보다 필요하다. 현재는 심리치료 검사비 1회 20만원, 치료비 월 20만원을 지원한다.

서울시의 가정위탁을 운영하는 기관인 초록우산 관계자는 "가정형 보호는 한 명의 양육자와 지속적으로 정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라면서도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한 만큼 위탁에 대해 관심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통의 울음소리, 들어줄 어른 없었다...텅 빈 집에서 죽어간 아이들
2024년 사망사례의 아동학대 유형(지자체 판단)/그래픽=김지영
2024년 사망사례의 아동학대 유형(지자체 판단)/그래픽=김지영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방임이 영유아 살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방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과 사회적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방임은 신체학대에 이어 아동학대 사망 원인 2위다. 다만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망설이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에서 생후 20개월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는 105시간 이상 아기를 혼자 뒀던 것으로 드러났다. 놀이공원, 찜질방, 다른 가족 집 등을 방문하면서 아이를 방치한 것은 물론 가족들에게는 아이를 앞집 주민이나 지인에게 맡겼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이유식을 먹이는 게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하루에 한두번만 우유를 먹여 사망당시 아기의 마지막 몸무게는 4.7kg에 불과했다.

2021년에도 30대 친모가 3세 딸을 홀로 둔 채 외출했다가 77시간 만에 귀가해 아이가 탈수로 사망했다. 친모는 오픈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번개 모임'을 하며 피해 아동을 집에 홀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아파트 화재로 부모 없이 집에 남겨져 있던 초등학교 3학년(10살), 6살 유치원생 자매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부모가 야간 점포를 운영해 일하러 나간 것으로 추정됐지만 방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판례에서는 친부가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21분까지 6세 동생을 혼자 두고 외출한 것에 대해 방임행위로 판결한 바 있다. 이외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무단으로 학교에 출석시키지 않은 경우,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경우, 친모가 집주인에게 자녀를 맡겨둔 채 나간 경우 등에 대해 방임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임에 대한 보호자들의 의식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0~5세 영유아의 아동방치 비율(30분 이상 집에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일주일에 1일 이상인 경우)은 2013년 9.3%에서 2023년 4.5%로 낮아졌지만, '거의 매일' 비웠다는 응답은 0.4%나 됐다. 방치시간은 77.85분으로 2018년(67.70분)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해외의 경우 일정 연령 이하일 경우 혼자 있을 수 없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영국은 12세 미만 아동은 보호자 없이 방치 금지이며, 5세 미만의 경우 더욱 엄격히 처벌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주에 따라 각각 14세, 16세 미만으로 규정한다. 싱가포르도 12세 미만 아동은 혼자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방임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해 상황에 따라 처벌 여부와 강도가 달라진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생명과 관련한 경우를 우선적으로 방임(행위에) 포함하기 위해 검토를 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미온적인 입장이다.

김나영 연구원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어린 아이들은 본인이 학대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거나 알리기 어려워 사례가 발굴되기 더욱 어렵다"며 "아동의 피해가 드러나야만 처벌할 수 있다면 사후관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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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인지 기자입니다.

황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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