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5월31일. 캐나다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로버트 픽턴이 교도소에서 동료 수감자에게 잔혹하게 폭행당한 끝에 사망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밴쿠버 일대 여성들을 자신의 돼지농장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인물로, 피해 여성 DNA만 30명 넘게 검출됐던 악명 높은 범죄자였다.
캐나다 교정당국은 이날 로버트 픽턴이 향년 74세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픽턴은 사망 약 2주 전인 같은 달 19일, 복역 중이던 퀘벡 포트카르티에 교도소에서 51세 동료 재소자에게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
당시 픽턴은 공용실에서 의약품을 배급받던 중 동료 수감자 마틴 샤레스트에게 갑자기 공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관들이 곧바로 제지했지만 약 2분 뒤 샤레스트는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빗자루 손잡이를 부러뜨린 뒤 픽턴을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픽턴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혼수상태에 빠졌고 끝내 숨졌다.
그의 사망 소식에 희생자 유족들은 안도감을 드러냈다. 한 유족은 CBC뉴스를 통해 "세상에 어떤 사람도 그런 악인이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도 "범인의 죽음으로 많은 가족이 비로소 마음의 안식을 얻게 됐다"고 했다.

픽턴은 캐나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가운데 한 명이었다.
경찰은 2002년 밴쿠버 일대에서 여성 실종 사건이 잇따르자 수사에 착수했고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포트코퀴틀럼에 있던 픽턴의 돼지농장을 급습했다.
농장에서는 불법 총기류와 함께 여성 소지품, 피 묻은 의류 등이 발견됐다.
수사 결과 픽턴은 성매매 여성이나 마약 중독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을 농장으로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자 시신 일부를 돼지 먹이로 사용했다는 충격적인 증언까지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픽턴의 지인은 "픽턴이 피해자 시신을 돼지들에게 먹였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농장에서는 여성 33명의 DNA가 검출됐다. 픽턴은 잠입수사 중인 경찰관에게 자신이 살해한 여성이 49명에 달한다고 떠벌리기도 했다. 그의 범행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픽턴은 결국 여성 26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고, 이 가운데 6건의 2급 살인 혐의가 인정돼 2007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이후에는 경찰 부실 수사와 사회적 편견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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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 의뢰로 특별조사를 맡았던 월리 오펄 변호사는 "실종 여성 사건 수사는 경찰의 실패와 사회의 무관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밴쿠버 경찰은 실종 신고가 접수돼도 가족과 충분히 접촉하지 않았고, 수사기관 간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 여성들이 성매매 종사자나 취약계층이었다는 이유로 경찰 조직 내부에 편견이 존재했고, 이 때문에 연쇄살인범 검거가 늦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법무장관 셜리 본드는 당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밴쿠버 경찰 역시 피해자들의 직업과 삶에 대한 편견이 수사를 지연시켰다는 점을 인정하며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겠다"고 공식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