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종전 합의…성장률 하방 위험 걷히고, 상방 압력에 힘 실릴 듯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는 우리 경제에 분명한 호재다. 전쟁 발발 이후에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성장률의 하방 압력보다 상방 압력이 더 높았던 상황이지만,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가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했던 탓이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조만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재경부는 매년 2차례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데, 지난 1월 기준 성장률 전망치는 2.0%다. 전망치를 얼마나 올릴지가 관심사다.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성장률 하방 압력이 높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치솟기 시작했고, 시차를 두고 민생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재경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면서도 "경기 하방 위험 증대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회복에 방점이 찍혔던 정부의 경제 진단에서 오랜만에 '하방 위험'이 등장한 것이다.
우려는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고공 행진했고, 민생 부담은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말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낮췄다.
물가와 환율 등 민생 부담이 커졌지만 다른 거시 지표들은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 3월과 4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48.3%, 4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은 151.4%, 173.5% 늘었다. 하방 위험을 상쇄하고 남는 지표였다.
1분기 성장률은 이를 뒷받침했다. 지난 4월 발표된 1분기 성장률 속보치는 전기대비 1.7%로,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당시 한국은행 전망치(0.9%)를 약 2배 웃돈 수치다. 최근 발표된 잠정치에선 1분기 성장률이 1.8%로 상향 조정됐다.
기관들은 중동 전쟁 와중에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은은 지난 5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6%로 제시했다. OECD도 지난 3일 2.6% 전망에 힘을 보탰다. 불과 2~3개월 사이에 전망치를 0.9%포인트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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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은 성장률의 추가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이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내놓은 중동 상황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동 상황이 '조기 진정'될 경우 국내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0.1%포인트 올라갈 전망이다. 조기 진정의 전제는 미국과 이란 협상의 원만한 타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조속한 재개 등이다.
무엇보다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은 성장률 방어뿐 아니라 정책 대응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재경부 그린북에서 '경기 하방 위험'이라는 표현이 4개월 만에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중동 전쟁은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여전히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위기 대응보다 잠재성장률 회복이라는 정책 목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전은) 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전망치가 얼마나 올라갈 것인지는 석유 가격의 하락 폭을 보고 가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