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글래스(안경)가 국내 시장에 본격 상륙한 가운데 관련 우려도 나온다. 음성과 간단한 손짓만으로도 눈앞의 상황을 즉시 촬영할 수 있다는 편리함 이면에 불법 촬영이나 시험 중 부정행위 같은 문제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와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 논의를 진행 중이다.
2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하면서 관련 시장이 AI 기반 기기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구글은 삼성전자(353,500원 ▼500 -0.14%)·젠틀몬스터와 함께 개발한 제품을 올해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애플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그러나 편의성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동의나 허가 없는 촬영 등 스마트 안경의 부정 사용 우려도 커진다. 최근 스마트 안경은 일반 뿔테 안경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초소형 카메라 렌즈가 내장돼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데이터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에 무단 촬영이나 정보 식별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적잖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토익 시험장에서 스마트 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된 사례가 처음 나왔다.
스마트 안경 착용자의 무단 촬영 우려가 확산하자 해외에선 스마트 안경 사용을 금지하는 개별 조치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 초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법원은 증인과 배심원에 대한 불법 촬영 및 협박을 막기 위해 재판정 내 스마트 안경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의회는 최근 운전 중 전방 주시 태만을 이유로 스마트 안경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내에도 스마트 안경 등 웨어러블 기기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위원회법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스마트글래스와 같은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사진을 촬영할 경우 반드시 기기 외부의 LED 불빛이나 알림음 등을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촬영 사실을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 또 인명구조나 구급 등 예외적 사유를 제외하고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목욕실, 화장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는 촬영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제도를 앞서가면서 현행법의 테두리만으로는 명확히 규제하기 애매모호한 사각지대도 있다. 기기의 일상적인 조작과 의도적인 불법 촬영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주요 규제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개인정보 처리자'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스마트폰 처럼 개인이 사적인 목적으로 타인을 촬영할 경우 이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제재하는 건 어렵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스마트 글래스라는 새로운 기술과 그에 따른 우려가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정부도 개인정보보호법과 규제 컴플라이언스 등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글래스가 머지않아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시대의 폼팩터로 주목받고 있다"며 "기술적 진보 이면에 존재하는 사생활 침해 논란을 어떻게 기술적·제도적으로 방어하느냐가 업계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