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027년도 최저임금액 심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노사가 날선 신경전을 펼쳤다. 노동계는 물가상승을 고려 16.3% 인상한 1만20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던진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 한계를 내세우며 전년과 같은 1만320원, 동결을 제시했다.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7년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액 첫 심의에 돌입하면서 노사 간 팽팽한 기싸움이 오갔다.
경영계는 누적된 최저임금 고율 인상으로 인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면서 인상에 반대했다. 특히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는 인상은 고용 축소 등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79.7%에 달해 명목임금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며 "중위임금 대비 62.2%로 국제적인 적정 상한 수준으로 보는 60%를 이미 넘어선 상태"라고 지적했다.
류 전무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올해 5월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현재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87%에 달했고, 내년 최저임금이 인하 또는 동결돼야 한다는 응답은 98.5%로 나타났다"며 "국제 비교로 보더라도 우리 최저임금은 높은 수준에 있다. 세후 최저임금은 2만7571달러로 G7 국가의 평균보다도 17.9% 높았다"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의 계속된 인상은 결국 키오스크와 무인화, AI 자동화를 가속화시키고, 임시 일용 근로자 뿐만 아니라 미숙련 취약계층의 고용 기회까지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또 "최저임금 상승이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져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되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과 인건비 압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으며, 소비 창출을 통한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대기업의 초과이윤은 위로만 쏠리고, 사회적 위험과 비용은 노동시장 하부구조로 빠르게 흘러넘치는 거꾸로 된 낙수효과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고유가와 에너지 물가 상승에 특히 민감한 대한민국 내수경기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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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사무총장은 "지금의 위기는 모든 노동자에게 나아질 여력을 주지 않는 노동시장 양극화가 초래한 생계비 위기 시대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며 "최저임금 시급 12000원 요구는 고유가와 고물가로 이어지는 실질임금 하락과 에너지 물가 압력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저임금·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게 하고, 소비 창출을 통한 내수경기 회복 속에서 지역경제와 자영업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언급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지난 45년간 약 8배나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최근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노동자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다"라며 "서비스업의 디지털 AI 전환 지연, 기업의 R&D(연구개발) 투자 부족 같은 구조적인 문제와 기업의 혁신 지체 때문"이라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그동안 노동 생산성이 오른 만큼 노동자의 임금이 비례해서 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생산성 증가율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건 기업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시급 12000원은 우리 가족이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2년 5.05%, 2023년 5.0%, 2024년 2.5%, 2025년 1.7%, 2026년 2.9%였다. 2027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일로부터 90일인 6월 말까지다.
그러나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올해 역시 법정 시한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법정 시한에 맞춰 제출한 건 9차례에 불과하다.
최임위는 남은 행정절차 등을 고려해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은 이를 토대로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