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탈모약 급여화 논의'에 기자회견
중증질환·암 건보 보장률 하락세
"여전히 건보혜택 사각지대에 놓여…우선 보장 필요"

중증·희귀질환자 가족들이 탈모 치료 건강보험(건보) 급여화 추진과 관련, 보장성 확대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생명과 직결된 질환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으로 논의해야 한단 주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 대표는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보장률은 2021년 84%에서 2024년 81%로 떨어졌다"며 "같은 기간 암 질환은 보장률이 80.2%에서 75%로 그 하락 폭이 더 컸다. 암·중증 질환자들이 치료비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탈모약 급여화 논의를 먼저 언급하는 건 순서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환단연은 건보 보장성 확대는 재정적 영향과 미충족 의료 수요와의 우선순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탈모 치료제 급여화에 대한 사회적 숙의 과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보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중증질환과 암 환자에 대한 보장성을 확대하는 구체적 정책이 없단 게 가장 큰 문제다. 현 정부 건보 정책 방향성에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엔 아들이 희귀질환 클리펠-트라우네이(KT) 증후군으로 투병 중이라고 밝힌 서이슬 한국PROS환자단체 대표가 연사로 참석했다. PROS는 PIK3CA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PIK3CA 관련 과성장 스펙트럼' 질환의 약자다. 정맥기형, 뼈·연조직의 과성장, 신경학적 이상 등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서 대표는 "KT증후군은 국내 환자 수 500명 남짓의 희귀병으로 몸 곳곳에 모반과 정맥류가 생기고 팔다리 중 한쪽이 커지고 길어지는 증상을 보인다"며 "우리 아이는 남다른 외모 탓에 불편한 시선과 차별을 지금껏 내내 겪고 있다. 사회적 차별과 삶의 질 저하가 건보 보장성 기준이 될 수 있다면 선천성 희귀질환자는 왜 여전히 건보 혜택 사각지대에 놓이는 거냐"고 반문했다.

PROS환자단체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4명(정회원 88명) 중 86.8%가 건보 적용 한계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누적 본인 부담금이 '1000만원 이상'이란 응답은 40.8%, '3000만원 이상'이란 응답은 19.7%였다. 3명 중 1명은 비용 때문에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뤘다'고도 답했다. 서 대표는 "청년의 위축감과 삶의 질 문제를 진정 생각한다면, 건보 제도 안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삶을 위협받는 환자들이 있단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확장기(4기) 소세포폐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둔 딸 허지형씨는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치료비로 약 1억6000만원이 들었고 다음 주까지 약값으로만 2250만원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며 "아버지가 항암을 중단하면 남은 기대수명은 4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중증·희귀질환자 치료 기회만큼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신속하게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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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정부는 오는 7월4일로 예정된 탈모 치료 건보 적용 관련 국민 토론회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중요한 건 건보 보장성 확대가 시급한 최우선 과제를 제대로 논의하는 것"이라며 "토론회 취소와 관련해선 일단 추후 진행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