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도입 희귀·필수의약품 중 73%가 비급여
환자단체 "암·중증·희귀 질환 환자 치료 건강보험 보장성 높여야"
정부, 탈모 건강보험 적용 추진하다 공론화 논의 중단해

환자단체가 정부의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암 환자나 중증·희귀난치 질환 치료제 상당수도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탈모약의 건강보험을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실제 긴급도입된 희귀질환 약의 70% 이상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추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가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는 탈모 치료제 급여화보다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라며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우선 사용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환자단체의 반응은 충분히 않은 건강보험 보장률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4.9%다. 암 질환 보장률은 75.0%였는데 2021년 80.2% 대비 되레 낮아졌다.

긴급도입된 희귀·필수의약품 중에서는 70% 이상이 급여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22일 기준 국내에 긴급도입된 희귀·필수의약품은 96개다. 그러나 이 중 73%인 70개의 의약품이 비급여다. 긴급도입 의약품은 국내 허가 없이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의약품인데 해당 약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거나 신체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 등일 때 식약처가 지정한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급여가 되지 않아 쓰지 못하는 희귀의약품도 많다.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은 중추신경계에 염증이 발생하는 희귀 자가면역질환으로 국내 유병률은 2016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약 3.36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시력저하, 보행장애, 경직, 배뇨장애 등을 유발한다. 5년 이내 약 절반의 환자에서 실명 또는 보행장애가 발생한다. 1년 이내 재발위험은 약 40~60%에 달한다.
재발 위험을 약 98.6% 감소시키는 약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울토미리스(성분명 라불리주맙)' 있지만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 웬만한 환자들은 쓰지 못한다. 최근 1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재발을 겪어야 급여가 가능하고, 가격은 연간 평균 3억300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장애가 생기기 전에는 치료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항암제도 마찬가지다. 유한양행이 국산 항암 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존슨앤드존슨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은 최근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의 표준치료법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치료법이었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대비 사망위험을 30%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병용요법 치료 시 급여 적용 혜택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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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환자단체 등의 반발을 고려해 오는 7월4일로 예정됐던 탈모 건강보험 적용 논의를 위한 국민 토론회 개최 일정을 취소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토론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탈모 급여확대에 대한 여러 입장이 충분히 제기된 점을 감안해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의 토론회는 중단하더라도, 청년을 비롯한 국민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발굴은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