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반도체클러스터 계획부터 생산까지 8년 걸려...정부·지자체 전폭적인 지원 필요

서남권의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복합단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원전)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는 원전과 LNG(액화천연가스)열병합발전 등 전력 인프라와 용수 확보가 대규모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겸 부회장은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 팹에 쓰이는) 전력은 안정적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원전 확대와 PPA(전력구매계약) 도입, LNG 열병합발전이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삼성전자(334,000원 ▲11,000 +3.41%)와 SK하이닉스(2,650,000원 ▲22,000 +0.84%)는 총 80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팹 4기(각 2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현재 경기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만으로는 장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이날 "AI 시대에서 메모리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AI 성능 자체를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로서 역할이 커졌다"며 "용인 클러스터만으로는 충분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가 필요하게 됐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새롭게 추진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최대 과제는 전력과 용수 확보다. 서남권 클러스터에는 6.3GW(기가와트)의 전력과 하루 65만톤의 용수가 필요하다. 현재 조성 중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필요 전력(15GW)과 용수(하루 150만t)의 약 40% 수준이다.
특히 업계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도체 공장은 연중무휴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순간적인 전력 공급 차질도 생산성과 수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남권은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갖춘 지역으로 꼽힌다. 정부는 전남 지역의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를 2035년까지 최대 37.8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치상으로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업계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기저전원이 꼭 필요하다고 입장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시간과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커 반도체 공장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산업을 단독으로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전 부회장이 원전 건설과 LNG 열병합발전 등을 제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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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기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1980년대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본부는 올해 2호기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3~6호기의 설계수명이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정부는 계속운전을 우선 추진하는 한편 신규 원전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용수 확보도 또 다른 과제다. 정부는 인근 댐을 활용해 하루 약 106만톤의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전남은 2022~2023년 역대 최장기간의 가뭄을 겪으며 동복댐과 주암댐 저수율이 10%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기존 수자원 외에도 다양한 공급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획 발표부터 첫 생산까지 약 8년이 걸린 만큼 서남권 클러스터는 전력망과 용수 시설, 인허가 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1분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의 첫 클린룸 개방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2019년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 이후 약 8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