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중순, 미국 정부는 선도적인 프론티어 AI 모델인 페이블5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미 행정부의 조치는 국내 사이버보안상의 이유 때문이었으나 이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출통제를 선택했다. 수출통제는 단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검이었다. 동맹국들에 미치는 영향—두려움, 혼란, 소외감—은 목표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전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은 2026년의 AI 정책에서 너무나 무력해 단순한 미국 국내 정책의 부수적 피해만으로도 프론티어 AI로부터 차단될 수 있다.
미 정부에 항의하거나 협상하려는 다른 국가들의 시도들은 슬픈 오해를 드러낸다. '분명 우리에게 이렇게 나쁜 일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블 사태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미국의 AI 도약은 기술에서 정책, 그리고 정치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나머지 국가들을 뒤처지게 만들고 있다. 나는 미국의 미성숙한 AI 정책의 변덕에 과잉반응하지 말라고 경고해왔으며 여전히 이를 통제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국은 영향력, 도입 효율성, 그리고 액세스 계약을 확보해 미국 AI 생태계를 상호의존성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전 세계 나머지 지역과 결박시킬 수 있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AI로 현실 세계의 풍요와 부를 만들어내는 결과가 최상이지만 모든 시나리오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진 않으리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요즈음 정치적인 목적을 띤 보안기관의 올가미가 과거 풍부하게 공급됐던 인공지능을 옥죄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AI 역량의 최전선(프론티어)은 가장 예측이 어려운 상태의 미국 행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증거는 급조되거나 혹은 정보기관 내부 깊숙한 곳에서 만들어진다. 조치는 장기적인 결과를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충성도를 바탕으로 취해진다. 결정은 즉각적인 효과와 국내 문제에 편향되어 내려진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를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는 단일 행정부로 간주하는 미국 대통령직에 의해 수행되며, 의회는 소란스러운 AI 정치와 제도적 기능 장애로 인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다. 그 어떤 상호의존성이나 합리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도 진정으로 이러한 행정부를 구속하지 못한다. 따라서 어떤 동맹국도 진정으로 미국의 프론티어 AI에 의존할 수 없다.
다음의 명제가 사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프론티어 AI는 정말 중요하고, 최고의 AI 시스템은 나머지 시스템보다 전략적이고 경제적으로 우수하며, 그 결과로 생기는 격차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프론티어 시스템은 주권 국가의 폭력 독점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해지고 그 소유자는 여느 국가만큼이나 강력해진다. 그러한 세계에서 우리는 스스로 프론티어 시스템을 소유하거나,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유하며 통제하는 이들의 자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성적인 국가라면 비용이 아무리 높더라도 자체적인 프론티어 AI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이러한 논리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 결론을 비판하는 나를 비롯한 이들은 전제에 이의를 제기한다. 프론티어 AI 시장이 이런 식으로 재편되지 않을 수 있고 그러므로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거나, 미국이 그렇게 신뢰할 수 없는 국가는 아닐 것이며 미국 정부와의 1:1 협의가 성공할 수 있다. 혹은 AI의 기술적 패러다임이 실패하고 대안적인 패러다임이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증거들이 계속 쌓이는 형편이다. 프론티어 AI는 정말로 중요한 것 같고, 미국은 정말로 변동성이 커 신뢰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러한 세계에서 통제된 의존성이나 헤지, 베팅이 아닌 주권(소버린)적인 전략을 원한다면 참가 조건은 명확하다. 우리가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는 쪽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주권을 가지고 하는 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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