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클라우드, 여의도 데이터센터 2개 층 증설…2027년 6월 준공
거래소 옆 '1밀리초 명당'…증권사 초저지연 수요 겨냥
외곽은 AI 학습, 도심은 실시간 처리…옛 전화국 가치 재부상

한국거래소와 맞닿은 서울 여의도 한복판 데이터센터가 몸집을 키운다. 땅값이 비싸고 전력 확보도 쉽지 않은 곳인 만큼 KT클라우드는 여의도 데이터센터에 2개 층을 더 늘리기로 했다. 준공 목표는 2027년 6월이다.
이 센터의 주요 고객은 증권사다. 이미 여러 대형 증권사가 핵심 시스템을 이곳에 두고 있다. 이유는 거리다. 주식 주문을 넣고 체결되기까지는 1000분의 1초를 다투는데, 데이터가 오가는 거리가 짧을수록 처리도 빨라진다. 미국에는 이 찰나의 시간차를 노려 수익을 내는 초단타 매매 회사도 있었다.
거래소 옆자리가 데이터센터의 '명당'인 이유다.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앞다퉈 외곽 초대형 시설로 향하는 사이, 도심에 자리잡은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수직상승하는 셈이다.
데이터센터 투자비의 30~40%를 땅값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단위 사업이면 수천억원이 땅값으로 먼저 나간다. 그런데 대규모 전력을 끌어올 수 있는 도심에선 돈이 있어도 부지를 찾기 어렵다.
통신사가 보유한 자산이 주목받는 이유다. 전국 곳곳, 특히 서울 알짜 부지에 남아 있는 옛 전화국 건물, 통신국사는 전화선·광케이블이 모이던 곳이라 건물·전력·통신망을 이미 갖춘 공간이다. 통신 장비가 작아지고 운영이 자동화되면서 건물 안에 빈 공간도 생겼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울에도 서버를 설치할 수 있는 지사 단위 공간이 남아 있다"며 "새 땅을 사고 건물을 짓지 않아도 기존 시설을 고쳐 쓸 수 있다"고 했다. 실제 KT(53,800원 ▼100 -0.19%)는 전국 3500여개 통신국사를 이용자 가까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거점으로 바꾸는 구상을 밝혔다.
전기를 멀리 보낼수록 중간에 사라지는 양이 늘어난다. 발전소에서 100을 보내도 받는 쪽은 100을 다 못 받는다. 도심의 기존 전력망을 그대로 쓰면 이런 손실이 줄어든다. 전송 거리가 짧다는 것은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이 된다.
아무 전화국이나 되는 것은 아니다. AI 서버의 '식성'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서버를 쌓아 꽂는 냉장고 크기의 캐비닛(랙) 하나가 쓰는 전기는 지난 20년간 5~10킬로와트(kW) 수준이었다. 최신 AI 장비는 캐비닛 하나가 120kW를 쓰고, 연내 나올 차세대 제품은 600kW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10년도 안 돼 수십 배로 뛴 것이다. "동네 전체가 쓸 전기를 공중전화 부스만 한 공간에 밀어 넣는 격"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기를 쓰는만큼 열도 난다. 공기로는 식히기 어려워 물을 쓰는 냉각설비가 필요하고, 무거워진 장비를 견디도록 바닥도 보강해야 한다. 실제 통신사들도 모든 시설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조건을 갖춘 센터부터 물을 쓰는 냉각설비를 들이고 있다. 옛 전화국 가운데 전력 여유와 공사 여건을 갖춘 곳의 주목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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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초대형 투자도 물론 계속된다. SK텔레콤(78,600원 ▼3,600 -4.38%)은 지난 23일 AI 데이터센터 전문 자회사 'SK하이퍼'를 세우고 2030년까지 7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울산을 시작으로 충청권과 서남권에 대규모 센터를 짓고, 시장 상황에 따라 2035년 15GW 규모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런 시설은 기가와트(GW)급인데,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가 만드는 전력과 맞먹는 규모다.
AI 인프라의 역할이 갈린다. 원전급 전기를 쓰는 외곽의 초대형 센터가 AI를 가르치는 '공장'을 맡고, 도심의 작은 거점들은 금융거래와 로봇·자율주행처럼 즉각 답해야 하는 서비스를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패가 새 땅과 전력을 확보하는 데만 달린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가진 도심 거점과 통신망을 얼마나 빠르게 AI 인프라로 바꾸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