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은 수요와 저조한 수익성으로 서점가의 골칫덩이가 됐던 소설의 '역주행'이 시작됐다. 연초부터 주요 온라인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줄세우기'를 하더니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인기 소설가도 늘고 있다. 출판시장의 부진을 씻을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8일 출판·서점업계에 따르면 올해 베스트셀러에 소설 분야의 진입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온라인서점 예스24의 올해 상반기 종합 1위에는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올랐다. 해외 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12년 만이다. 지난달 넷째주 기준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소설 '수족관'이 종합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는 '톱 10'중 5권이 소설이다.
주목받는 작품에도 일제히 소설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별세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고전을 쓴 헤르만 헤세 등 거장 이외에도 김초엽, 천선란, 청예 등 국내 작가들의 책을 구입하는 비율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장르 소설의 판매량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SF소설이나 공포·스릴러 등 '비주류'로 취급받던 분야 소설도 주요 온라인서점에서 최대 2배 이상 판매량이 훌쩍 뛰었다.
그동안 소설은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분야였다. 고정 독자는 꾸준히 있었지만 신규 독자의 유입이 적고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한때는 '기피 상품'이라는 대우까지 받았다. 빈 자리는 수험서나 유명인·정치인의 에세이, 만화 등이 채웠다. 지난해 예스24의 베스트셀러 '톱 10'중 소설은 3권에 그친 반면 에세이, 사회·정치나 수험서는 7권이었다.

'스타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노벨문학상·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쓴 한강 작가를 시작으로 성해나, 양귀자 등 국제 무대에서도 인기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찾는 독자들이 늘며 소설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독서 플랫폼 관계자는 "유명 작가들을 마중물로 신인·기성 작가를 가리지 않고 판매가 늘어났다"며 "더 많은 작가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태를 가리지 않고 소설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종이책 외에도 e북(전자책),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태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특히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은 리더기, 굿즈(기념품) 등 다른 분야로 퍼지기 쉬워 수익성도 높다. 전자책 전문 플랫폼인 '밀리의서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담은 책 1~3위가 모두 소설이다.
출판사와 서점업계는 소설의 수요를 기반으로 회복 중인 시장 성장세에 속도를 내겠다는 목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서 판매 부수는 5307만부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9063억원으로 3.3% 늘어났다.
독자들의 PICK!
온라인 서점 관계자는 "소설의 매출 증가세를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큰 폭의 시장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소설들을 소개해 독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