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비중 등 가계부채 위험이 큰 은행일수록 더 많은 자본을 갖추도록 하는 규제를 내년부터 도입한다. 은행별로 최대 1%의 추가 자본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상한이 모두 적용된다고 계산하면 규제상 요구되는 자본 규모는 5대 은행 기준 최대 10조5000억원 늘어난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부터 가계부문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SSyRB)을 도입할 계획이다. 가계대출 부실이 늘어날 경우에 대비해 은행들이 평소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제도를 발동하는 구조로, 80% 수준에서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에 달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상반기 말 전체 위험가중자산(RWA)는 약 1050조원이다. 은행의 자본규제는 위험도를 반영한 자산인 RWA를 기준으로 최소 쌓아둬야 할 자본 규모를 계산한다. 5개 은행 모두에 상한인 1%가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규제상 요구되는 CET1은 지금보다 최대 10조5000억원 늘어난다.
5대 은행이 10조5000억원을 새로 확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5대 은행의 지난 6월 말 CET1 비율은 14.65~15.93%로 현재 규제상 최소 요구수준인 9%보다 높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정한 최소 규제수준 외에도 경기 충격이나 RWA 증가 등에 대비해 경영상 필요한 자체 자본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자본비율이 높더라도 추가 완충자본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향후 최대 2.5%에 이르는 스트레스 완충자본도 도입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생산적 금융 확대에 따라 기업대출과 투자자산을 늘리려면 추가 자본여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9월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도 생산적 금융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를 추가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CET1 비율이 규제수준보다 높아도 요구자본이 더 높아지면 기업대출이나 다른 영업 분야에 자금을 공급할 여력이 줄어드는 경영상 애로가 생길 수 있어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은행에 똑같은 비율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가계부채 위험 정도를 따져 0~1% 범위에서 구간을 나눠 부과율을 다르게 정할 방침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각 은행이 받을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을 활용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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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지표는 주거용 주담대 RWA 비중이다. 주담대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충격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담대 증가 속도 등 다른 지표를 함께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담대 RWA 자체를 높이는 규제도 내년부터 함께 강화된다. 현재 은행들은 주담대 잔액에 위험가중치(RW)를 20% 이상 적용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고위험 주담대의 경우 현재 평균 RW의 약 2~2.5배 수준에서 2~4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협의를 거쳐 부과율 산정에 어떤 지표를 얼마나 반영할지 정할 예정이다. 은행별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올해 4분기 중 구체적인 부과기준을 확정하고 내년 6개월간 시범운영을 거쳐 하반기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