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노벨상 시즌 개막
5일 생리의학상·6일 물리학상·7일 화학상 예정
'노벨상 족집게' 클래리베이트, GLP1·PHOLED·유전자 가위 등 유력 후보 꼽아
한국인 후보 없지만 '변수' 기대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 수상자가 다음 주부터 연이어 발표된다. 올해 노벨과학상에서 한국인의 이름을 볼 수 있을까.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오는 5일(현지시각)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등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결과 예측은 쉽지 않다. 정보가 사전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노벨위원회가 엄격한 보안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노벨상 후보로 추천된 모든 후보자의 명단, 심사위원의 토론 내용, 투표 기록 등은 '50년 비공개 원칙'에 따라 반백 년 간 철저히 기밀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학술정보기업 클래리베이트의 적중률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클래리베이트는 대규모 학술 데이터베이스 웹오브사이언스(Web of Science)의 논문 피인용 지수를 기반으로 매년 수상 예측 분야와 후보 연구자를 내놓는다. 이중 상당수가 실제 수년 내 노벨상을 받았다.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후보 분야는 '비만약'의 기반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다. GLP-1은 음식을 섭취한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한다. GLP-1 치료제는 GLP-1이 발현되는 시간을 극적으로 늘린다.
노벨과학상은 기초과학으로부터 시작해 실제 인간의 삶에 명백한 파급력을 끼친 연구를 높게 평가한다. GLP-1은 대형 제약사를 통해 상용화에 널리 성공한 만큼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다. GLP-1의 활성 원리를 최초로 규명한 대니얼 드러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옌스 홀스트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스베틀라나 모이소프 미국 록펠러대 교수 등이 후보다.
'광간섭 단층촬영'(OCT)과 '면역계 핵심 세포 부착 분자' 연구도 노벨생리의학상급 연구로 꼽힌다. OCT는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생체 조직 내 미세 구조까지 들여다보는 기술로, 각종 질병 진단에 널리 쓰이고 있다. 면역세포 연구는 자가면역질환 표적 치료제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초과학으로 평가받는다.

노벨물리학상 후보 분야로는 삼성·애플 스마트폰에도 적용된 디스플레이 원천 기술이 꼽혔다. 인광 유기발광다이오드(PHOLED)와 열활성화 지연형광(TADF) 연구다. 전기에너지를 빛으로 바꿀 때 들어가는 에너지의 손실을 크게 줄여 발광 효율을 최대 100%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 분야가 선정될 경우 일본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상을 휩쓸 것으로 보인다. 아다치 치하야 일본 규슈대 교수, 스티븐 포레스트 미국 미시간대 교수, 마트 톰슨 미국 USC(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등이 유력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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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소재인 '자기전기 다강체' 연구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자기전기 다강체는 자기성(자석의 성질)과 전기성(전기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며 두 성질이 활발히 상호작용하는 소재다. 이를 반도체에 적용하면 칩 안에서 자성과 전압을 쌍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통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분야 권위자인 니콜라 스폴딘 ETH 취리히(취리히 연방공대) 교수가 후보다.
지난해에 이어 양자컴퓨팅 관련 분야도 후보에 올랐다. 외부 자기장이 없는 상태에서 물질 고유의 자성과 스핀-궤도 결합에 의해 전류가 흐르는 '양자 이상홀 효과'다. 이를 세계 최초로 실험해 입증한 연구자는 쉐치 쿤 중국 칭화대 교수다.

노벨화학상에서도 3개 유력 분야가 선정됐다. △자기조립 현상 △단백질 내 장거리 전자 전달 메커니즘 △정밀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이다.
유기 분자가 반도체, 유리 등 기판 표면에 붙어 고도로 정렬된 단일 분자 두께의 평평한 필름을 형성하는 현상을 '자기조립'이라고 한다. 나노기술과 표면화학 분야의 성장을 주도한 핵심 연구로 꼽힌다. 데이비드 알라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 랄프 누조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너-샴페인 캠퍼스 교수, 야콥 사기브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박사가 이 분야를 주도했다.
아울러 전자가 거대한 단백질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원리를 자체 모델링을 통해 세계 최초로 규명한 해리 그레이 미국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 교수, 제이 윙클러 칼텍 교수도 후보다.
첨단바이오의 핵심인 정밀 유전자 편집 기술도 후보에 올랐다. 2020년 노벨화학상이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캐스-9'를 발굴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면, 올해 후보로는 당시 기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단일 염기 단위로 유전자를 더 세밀하게 교정하는 기술이 꼽혔다. 이 분야의 권위자는 데이비드 리우 미국 하버드대 교수다.

클래리베이트가 꼽은 2026년 노벨과학상 후보에는 한국인 과학자가 없다. 다만 우리 과학기술계에서는 한국인의 노벨과학상 수상도 머지않았다는 예측이 나온다.
가장 유력한 분야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다. 태양전지는 태양 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물질이다. 실리콘 소재 태양전지는 상용화됐지만, 실리콘의 한계를 극복한 신소재 페로브스카이트가 새롭게 떠올랐다. 특히 최근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전지가 양산 수준까지 다가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만약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가 후보로 선정될 경우, 2012년 세계 최초로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한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의 수상이 유력해진다. 미야사카 쓰토무 일본 토인 요코하마대 교수, 헨리 스네이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도 공동 수상자로 예측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