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과잉, 사라진 민생⑥]
노란봉투법·정년 연장에 기업 우려 반영 안 돼…노동 편향 지적
메가특구 노동 특례도 지지부진…"첨단산업 속도전 고려해야"

재계는 정부와 국회가 기업 활동에 유연한 실용주의 경제 정책 구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정책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노동 편향 정책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데다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 요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경영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꼽는 대표적인 사례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과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법정 정년 연장이다. 재계는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 단계부터 노조의 과도한 교섭 요구 등 부작용을 우려해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수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법 시행 이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고,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기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원청 사용자성 관련 판정이 '법률 및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에 맞게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27.4%에 그쳤다.
정년 연장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는 청년 고용 위축 등 부작용을 고려해 재고용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정부·여당은 오히려 입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년 연장 법안은 연내 꼭 처리돼야 한다"며 "국회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오랜 기간 논의가 숙성된 만큼 결단만 남았다고 판단되면 정부안을 조속히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이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국회가 특히 노동 이슈에 대해서는 기업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개혁 역시 재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규제합리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등 의욕을 보였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더딘 데다 재계의 요구도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이 특히 아쉬움을 나타내는 대목은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를 위한 메가특구 특별법의 노동 특례 논의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기업 생산성과 노동자 건강권 보호 간 조화'를 강조하면서 특례 도입이 결국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활동에 꼭 필요한 노동정책이 정치권의 해묵은 이념 공방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걱정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도 중요하지만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언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은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최소한 정부가 내부 검토해온 일정에 맞춰 입법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