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 자원강국]<4>다시쓰는 폐배터리(下)
폐배터리서 '금맥' 캔다..재활용사업 속도내는 기업들
③회수율 끌어올리는데 주력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핵심 금속이 다량 함유된 폐배터리는 그 자체로 '자원'이다. 전기차 배터리 교체 주기가 돌아와 폐배터리가 대거 쏟아질 것에 대비해 미래 자원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552,000원 ▼4,000 -0.72%)는 폐배터리에서 핵심 광물을 회수해 배터리 생산에 재투입하는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리사이클 연구 랩(Lab)'을 중심으로 소재 회수율을 높이고 친환경 회수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409,500원 ▼4,500 -1.09%)은 최근 현대자동차·기아(109,700원 ▼2,700 -2.4%)와 전기차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다시 쓰는 실증 사업에 착수했다. 현대차(309,000원 ▼1,000 -0.32%)·기아는 재사용 기술과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이들 배터리로 UBESS(사용 후 배터리 기반 ESS)를 제작해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소재업계는 폐배터리 확보부터 핵심 소재 생산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에 나섰다. 엘앤에프(98,500원 ▼600 -0.61%)의 자회사 제이에이치화학공업(JHC)은 지난해 폐전지류 폐기물 종합 재활용 허가를 취득하고 전처리 라인을 마련한데 이어 올해 방전·해체 라인을 추가했다. 폐배터리 반입부터 핵심 중간재인 블랙매스 생산까지 아우르는 것으로, 연간 처리 능력은 1만5000톤에 달한다.
LG화학(254,500원 ▲2,000 +0.79%)은 올해 상반기 충북 청주공장에 폐배터리 재활용 파일럿(시험) 설비를 완공해 가동에 들어갔으며, 2028년쯤 양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에코프로(83,400원 0%)도 계열사 에코프로씨엔지를 앞세워 원료 확보부터 전구체·양극재 생산, 재활용까지 잇는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앞다퉈 기술과 설비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정작 재활용할 폐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쉽지 않아서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환경에너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 8월말까지 의무 반납 대상 전기차 폐배터리 회수율은 65.9%에 그쳤다.
특히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발생한 블랙매스(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핵심 광물이 포함된 검은색 가루)가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세계 블랙매스 생산·소비 능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해 블랙매스 수출을 1년간 제한하기도 했다. 해외 원료 조달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에서 블랙매스를 국내로 들여오려면 바젤협약에 따른 수입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해 부담이 크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세계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 역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쉽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 고시 개정 등을 추진하는게 대표적이다. 기후부는 에코프로씨엔지·성일하이텍(33,200원 ▲1,000 +3.11%) 등과 '배터리 재생 원료 생산 인증제도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실증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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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국내 리사이클 산업의 생태계 조성과 자원 안보 측면에서 자국 내 자원 선순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배터리 자원이 국내 산업계로 재투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국이 또 앞서가나?..LFP 배터리 리사이클 경제성 확보가 관건
④LFP 재활용 과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재활용해 판매해도 가공비를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최근 만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배터리 제조사가 LFP 재활용 사업에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LFP 배터리는 최초 생산 단계에서는 니켈·코발트 등 고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원재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때는 회수할 수 있는 유가금속이 적다는게 문제다.
가격 지표를 보면 NCM(삼원계)과의 차이가 선명하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리튬의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당 9.59달러였다. LFP 배터리에 사용되는 또다른 주재료인 철은 ㎏당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회수가 이뤄져 판매하더라도 수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제한적이다. 반면 코발트와 니켈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각각 ㎏당 34.21달러, 15.2달러를 기록했다. 삼원계 배터리는 리튬뿐 아니라 니켈과 코발트까지 회수가 가능하지만 LFP 배터리는 사실상 리튬만으로 수익이 충당된다.
하지만 LFP 배터리 보급은 빠르게 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 시장에서 LFP가 차지하는 비중은 65%를 넘어섰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도 LFP가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당장은 재활용 사업의 채산성이 낮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처리해야 할 폐배터리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기업들도 향후 늘어날 폐LFP 배터리 처리 수요에 대비해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미래전략연구원에서 LFP 재활용 관련 별도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LFP 양극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엘앤에프(98,500원 ▼600 -0.61%) 역시 재활용 기술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153,700원 ▲5,600 +3.78%)은 재활용 공정의 비용과 환경 부담을 줄이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는 부산물과 폐수가 발생해 처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물과 이산화탄소, 과산화수소만을 이용해 LFP 배터리에서 탄산리튬을 선택적으로 회수하는 친환경 공정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 재활용 업체와 협업해 상용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LFP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데 이어 재활용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 BYD는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해 LFP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CATL의 자회사인 브룬프 리사이클링(Brunp Recycling)은 폐LFP 배터리 재활용과 대규모 처리 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LFP 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활용 금속 의무사용제 등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면 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경제성이 낮은 폐배터리의 처리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 보급이 많이 이뤄지면 그냥 버려둘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처리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사이클 자원강국]<4>다시쓰는 폐배터리(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