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00원짜리 공연이 능사가 아니다

[기자수첩]1000원짜리 공연이 능사가 아니다

이언주 기자
2011.06.27 06:00

"어릴 때부터 1000원 짜리 공연에 익숙해지면 공연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지난달 열린 '연극·뮤지컬계 현장전문가 간담회'에서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 감독이 한 말이다.

정부는 매달 청소년들이 1000원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관객의 날'을 지정해 지난달부터 전국 97개 공연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와 별도로 세종문화회관은 2007년부터 '1000원의 행복'이란 타이틀로 1000원 짜리 공연을 3년째 열고 있다. 문화생활을 위한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1000원 짜리 공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음악CD나 책값이 1만원이 넘고 조조영화도 대부분 5000원인데 현장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에 1000원이라는 값을 매긴 것은 초대권 문화를 없애보겠다고 발버둥친 공연 관계자들에겐 찬물을 끼얹는 제도라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 공연계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1000원 티켓 제도를 만들게 아니라 더 수준 높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근본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즉 합당한 금액을 정하는 대신 공연 수준을 그 이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의 중요한 키워드 한 가지는 '가격에 합당한 가치(Value for Money)'다. 내가 지불한 돈의 가치만큼 감동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 핵심이란 얘기다.

그에 따라 재구매 여부와 입소문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공연 시장 전체의 흐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공연을 자주 보지 않는 지인이 얼마 전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를 보고 오더니 "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다"는 말이 절로 튀어 나왔다며 관람을 권했었다.

영화에 비해 라이브 공연의 티켓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1000원짜리 공연이 능사가 아니다.

제값 하는 공연, 제값 내고 즐기는 관객, 이 둘이 어우러질 때 공연계도 활짝 웃을 수 있지 않을까? 'Value for Money', 말은 짧지만 간단하지 않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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