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트 오브 네이처'의 재독 작곡가 정일련

"국악 악기들을 가장 멋있게 보여주고 싶어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오는 10월 연주할 창작 국악관현악곡 '파트 오브 네이처(Part of Nature)'를 작곡한 정일련씨(47)를 만났다.
정 작곡가는 "이곡은 국악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해 한국적인 맛을 강조했다"며 "서양악기가 못하는 농현이나 음의 꺾임, 비브라토를 다양하게 사용했다"고 말했다.
자연 속의 인간을 주제로 한 '파트 오브 네이처'는 사람의 특징 '출(birth)' '숨(breath)' '심(heart)' '손(hands)' '이름(name)' '혼(spirit)'을 표현하는 6개의 악장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악장이자 피날레인 '혼'은 사물놀이와 무속음악에 대한 오마주로 그가 특별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다.
독일 태생인 그는 아버지 고(故) 정규명 박사가 독일 유학시절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류 되면서 한국에 돌아올 기회를 잃은 채 독일에 살게 됐다. 그는 이탈리아의 기타리스트 칼로 도메니코니에게 기타와 작곡을 사사받고, 베를린 예술종합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며 주로 서양음악을 접하고 살았지만 국악에 대한 이해와 애착은 남달랐다.
3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인간문화재 무속인 김금화씨의 굿을 보게 됐고,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만나면서 한국음악의 자연스러움과 장단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것. "작곡을 해서 악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런 연주를 할까 궁금했죠. 김덕수 선생님께서 '몸에서 그냥 나오는 거'라고 했을 때 '이건 다른 차원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는 15년간 베를린의 택시 운전사였다. 대학생 때부터 생활비를 벌기위해 주말마다 택시운전을 했는데 그때 만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통해 세상 공부를 했다고 한다. 유년시절 끼고 살다시피 한 소설책 속에서 얻은 상상력과 택시 운전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경험이 그의 음악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저는 독일 국적이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독일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한국사람이라고 하기도 어색하고, 그저 오랫동안 살아온 베를린이 편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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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작곡가는 아버지 일로 한국을 생각하면 한참동안 마음이 아팠지만 이제는 음악으로 그 마음을 극복할 생각이다. 그는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이 다 싫었는데, 어느 순간 국악은 자꾸 끌리고 좋았다"며 "한국 경치도 좋고 서울 충무로는 70년대 모습이 남아있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그의 국악에 대한 애정이 한국을 다시 볼 수 있게 한 것 같다. 앞으로 그는 국악의 참 멋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곡을 쓰고 공연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 작곡가는 "훌륭한 국악연주자들이 많은데도 국악기가 서양악기에 눌려 제대로 매력 발산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국악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살려 다양한 레퍼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현(弄絃) :국악에서 현악기를 연주할 때 왼손으로 줄을 짚고 흔들어서 여러 가지 꾸밈음을 내는 기법
*비브라토(vibrato) :기악이나 성악에서 음을 상하로 가늘게 떨어 아름답게 울리게 하는 기법
*동백림사건 :1967년 고(故) 윤이상 작곡가, 이응로 화백 등 예술인과 대학교수, 공무원 등 194명이 옛 동독의 베를린인 동백림을 거점으로 대남적화 공작을 벌였다며 처벌당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