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주·조연 배우 오디션 현장

'당신 생각에 부풀은 이 가슴 살짜기 살짜기 살짜기 옵서예.
달 밝은 밤에도 어두운 밤에도 살짜기 살짜기 살짜기 옵서예~.'
46년 전인 1966년 10월,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한 한국 최초의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의 주제곡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끼 많은 여러 배우들의 음성으로 다시 울렸다.
내년 2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재개관작으로 무대에 오를 '살짜기 옵서예'의 주·조연 캐스팅 오디션이 9일 오후 3시경 예술의 전당 오페라 연습실에서 열린 것. 오디션은 오는 11일까지 모두 3일간 진행된다.
이번 오디션에는 특별히 초연 당시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제주 기생 '애랑' 역을 맡았던 가수 패티 김이 객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먼저 애랑 역을 위해 참석한 4명의 여배우들이 한명씩 들어와 지정곡과 자유곡을 부르고 지정대사와 함께 짧은 연기를 펼쳤다. 심사위원들과 기자들, 카메라로 채워진 오디션장에 들어선 응시자들은 모두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뮤지컬 배우들이지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주제곡 '살짜기 옵서예'에 담긴 애절한 노랫말과 배우들이 펼치는 풍부한 감정 연기를 바라보는 패티 김은 46년 전 '애랑'역을 맡았던 당시를 회상하는 듯했다. 챙이 큰 모자를 쓴 패티 김은 간혹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두 손을 모으고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방자' 역을 위해 오디션에 참석한 남자 배우들도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기량을 선보였다. 역할에 어울리는 준비된 의상으로 걸음걸이부터 방자를 연상케 하는 배우도 있었고, 대본에는 없는 가벼운 애드리브로 센스를 보이는 배우도 있었다.
애랑 역에 도전한 뮤지컬 배우 홍본영씨(32)는 "패티 김 선생님이 심사위원으로 계시니 처음엔 너무 무서웠는데 오디션을 마치고 나갈 때는 선생님이 박수를 쳐주셔서 엄마처럼 다독여주시는 듯 했다"며 "1대 애랑 앞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이정화씨(25) 역시 "한국 최초의 창작뮤지컬 작품 오디션에 도전하는 의미가 남달랐다"며 "내가 그 자리에 선다면 어떤 모습일까, 또 얼마나 영광스러울까를 상상해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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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를 마친 패티 김은 "오늘 오디션을 본 배우들이 긴장해서 마음껏 실력발휘를 못했을 것 같은데, 분명히 소질 있고 잘하는 배우도 있었다"며 "나도 과거에 뉴욕에서 오디션 보러 다녔던 생각이 났다"며 미소를 보였다.

'살짜기 옵서예'는 한국 전통 예술의 국제화를 목적으로 창단된 예그린 악단이 초연한 한국 뮤지컬 1호로서 단 7회 공연 만에 모두 1만6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다. 당시 최고의 여가수로 꼽혔던 패티 김이 애랑 역에 캐스팅돼 주목을 받았고, 곽규석이 익살꾼 정비장 역을, 탤런트 김성원이 제주목사 역을 맡았다.
고전 소설 '배비장전'을 김영수 극본, 최창권 작곡으로 옮긴 '살짜기 옵서예'는 죽은 아내와 정절약속을 한 배비장과 기생 애랑 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토착화와 대중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 뮤지컬의 효시이자 원조라 할 수 있으며, 한국뮤지컬협회는 초연 일을 기념해 10월 26일을 '뮤지컬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