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1주일전 공연취소···무슨 일이?

세종문화회관 1주일전 공연취소···무슨 일이?

이언주 기자
2012.05.02 08:15

공연 직전까지 계약서 없이 관행대로 진행 中 박인배 사장 "공연 취소" 선언

↑세종문화회관 전경
↑세종문화회관 전경

세종문화회관 주최로 올해 8년째를 맞는 서울시의 대표적 문화예술 행사인 '광화문 별밤 축제'가 행사 시작부터 조직 내분으로 인해 파행을 빚고 있다. 축제 첫날인 2일부터 4일까지 예정된 공연이 모두 1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돌연 취소된 것이다.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갑자기 공연이 취소된 사유로 실무진의 준비 부족 및 지시사항 불이행 문제를 들었으나, 실무진에선 정작 박 사장이 준비 단계에선 별 말이 없다가 갑자기 취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연취소 사태에 대해 일부 예술단체 및 예술가들은 "과연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박 시장에게 항의하러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세종문화회관이 서울시의 소속기관인데다 올해 1월 선임된 박 사장이 지난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이력 때문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박 시장의 정책자문위원회 문화 환경 분과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해, 일부에선 박 시장의 '문화 멘토'라 일컫기도 한다.

광화문 별밤축제는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 공연 프로그램으로 지난해부터 '광화문 문화마당'이라는 이름의 상설공연으로 정착했다. 봄별밤 축제, 한여름 열대야 축제, 가을 별밤 축제 등 계절마다 다양한 공연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박인배 사장 "문제 있는 관행 반복할 수 없어"=박 사장은 지난 1일 머니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열린 공연의 경우엔 도무지 누구를 위한 공연인지 모를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대가 너무 높고 커서 광화문 광장에서 보면 중앙계단을 다 막아 버렸다"며 "게다가 LED전광판으로 구성된 거대한 무대 뒤편엔 기업광고가 들어가 '빛공해'까지 유발하는 실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이유로 박 사장은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소규모의 공연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으나, 실무진은 지난해와 같은 형태로 준비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2~4일 공연을 모두 취소하고 중앙계단 윗쪽 체임버홀 앞 잔디정원인 '세종뜨락'에 무대를 마련해, 오는 5일 어린이를 위한 '버블&매직' 공연부터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했다.

박 사장은 "지난 3월말 기본 계획안은 보고받았으나 개방형 공간으로 구성하라는 지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 공연 준비에 문제가 있었다"며 "기업협찬 등에 의존하지 않고 시민을 위한 공연장소로 일상 속에 '소박한 공원'의 느낌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더구나 공연협찬 기업과 명확한 계약도 맺지 않은 상태로 공연을 추진하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직원에 대한 교육이나 설명을 잘못한 탓일 수도 있겠다는 점은 인정했다.

◇실무진 "사장이 자기 취향만 고집"= 반면, 세종문화회관의 일부 실무진들은 "이번 공연은 고정 팬도 있는 시민문화예술 행사인데, 사장 개인의 '취향'대로 바꾸려 한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기존 무대에 맞춰 공연 준비를 했던 예술단체나 예술가들도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외주 공연제작 실무자는 "계단 위쪽 잔디밭에 올라가 공연하면 음향이 건물에 부딪혀 울림현상이 생길 수 있다"며 "더구나 극장으로 이어지는 통로도 막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가 작은 공연이나 마당극을 좋아하는 박 사장의 개인적 취향 때문에 공연을 코앞에 두고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박 사장이) 중간 결재 과정에서 명확한 지시를 해줬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실무관계자는 "박 사장이 평소 세종문화회관의 대형 오페라나 오케스트라, 해외 예술단의 초청 공연 등은 '귀족 문화'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며 등한시 한다"고 했다.

올해 11월에 공연예정인 '마린스키' 발레 초청공연도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와 공동주최로 진행하기로 했으나 계획을 바꿔 대관만 하기로 했다. 또 11월 예정인 오페라 '돈 카를로'가 취소됐으며, 지난 4월에 공연예정이던 오페라 '돈 조반니'는 하반기로 미뤄졌다.

◇문화계 "구조조정에 따른 내홍"= 이번 공연취소 사태를 두고 일각에선 '박 사장의 구조조정에 따른 내홍'으로 분석했다. 실제 박 사장은 취임 직후 기존 팀장 7명을 일반 팀원으로 강등하고, 이 가운데 5명은 '정책개발팀'의 팀원으로 한데 모아 프로젝트성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세종문화회관 산하단체의 오페라단장과 뮤지컬단장이 잇달아 퇴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박 사장이 이른바 '독단운영'을 강행한다며 반발하는 세종문화회관의 내부 의견이 있다. 반면, 사장의 입장을 옹호하는 직원의 목소리도 나온다. 관행적으로 했던 일부 공연을 취소한 데 대해 한 직원은 "관객의 호응도 약하고 준비도 충분히 안된 공연을 기존에 하던 것이라고 해서 계속 할 필요는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사장의 운영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순 없으나, 회관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겪는 진통인 것 같다"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직원과 변화를 지켜보자는 직원으로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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