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통'만이 '정통'인가

[기자수첩]'전통'만이 '정통'인가

이언주 기자
2012.07.12 05:55

공옥진 여사 타계 계기로 홀대받는 소중한 무형문화 없나 살펴봐야

2000년대 들어 드라마를 시작으로 K팝이 몰고 온 '한류'에 모두가 열광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1980~90년대 서민들의 삶과 함께 했던 '1인 창무극의 명인' 공옥진 여사가 지난 9일 조용히 하늘로 떠났다. 여사의 죽음 이상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제 더 이상 '곱사춤' '병신춤'과 같은 고인의 춤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정식으로 춤을 전수받은 사람도 없다. 지난 30여년간 여사의 문하에서 1인 창무극을 배운 이는 영광문화원 사무국장인 한현선씨(48·여)가 유일하다. 하지만 무형문화재 지정이 늦어진 데다, 공 여사의 투병까지 겹치며 전수자 신청을 결국 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동료 국악인과 후학들이 '1인 창무극'의 무형문화재 지정 신청을 문화재청에 했지만 번번이 거부됐다. 전통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창작'한 것이라는 게 이유다. 결국 2010년 11월에 '판소리 1인 창무극 심청가'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만 지정됐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연극·음악·무용·놀이와 의식·무예·공예기술·음식 등 문화적 예술적 또는 학술적가치가 큰 무형 문화유산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그 기·예능을 지닌 사람을 보유자나 보유단체로 인정한다. 그렇다면 여사의 1인 창무극은 그만한 가치가 없었던 걸까.

창무극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소리, 춤, 재담 및 몸짓을 섞은 연극을 말한다. 여사는 전통 무용에 해학적인 동물 춤을 접목해 1인 창무극을 만들어냈다. 그는 1945년 조선 창극단에 입단한 이후 한 평생을 춤과 공연으로 서민들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냈다. 90년대에 서울 호암아트홀 3차례 공연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의 공연에서 전석 매진되는 등 전통공연으로는 보기 드문 인기도 누렸다.

정부는 최근 문화산업을 육성하며 창작에 힘쓰라고 한다. 고전과 인문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라 하고, '원소스멀티유즈'(OSMU) 시대라며 원천 콘텐츠를 응용해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것을 장려한다.

그렇다면 공옥진 여사야 말로 고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장르를 구축한 이 시대의 탁월한 전통문화 엔터테이너가 아닐까. 그런 그를 우리는 정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했던 것은 아닌지. 공옥진 여사처럼 우리가 홀대하고 있는 소중한 무형문화가 또 없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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