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철민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개관 25주년 새단장, 글로벌 아트센터로 도약


대한민국에서, 혹은 적어도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은 어디일까.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예술의전당(이하 전당) 분수광장이 바로 그곳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이다. 자화자찬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곳 광장이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선사하는 멋스러운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우면산을 뒤로한 채 펼쳐진 전당에는 공연장, 전시장 등의 주요 건물과 다양한 조각 작품들, 잘 가꿔진 나무들이 어우러져 조경이 잘 된 공원에 온 기분마저 든다. 구석구석 숨은 공간들은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때문에 비단 공연이나 전시 관람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산책, 소풍, 데이트를 위해 전당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공연·전시·야외공연 관람객 250만 명을 포함해 나들이객이나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전당의 연간 방문객은 500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해만해도 1019개 공연과 137개 전시회가 열린 예술의전당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철민 사장은 내년이면 개관 25주년을 맞는 전당의 이모저모를 꼼꼼하게 재정비하느라 바쁘다. 모 사장은 "이토록 아름다운 광장을 품은 전당이 이왕이면 더 예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해야하지 않겠냐"며 "20~30대 여성들이 자연스러운 화장을 하듯 애초의 모습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선에서 광장의 제 모습을 찾아주려 한다"고 말했다.
공연시간 맞춰 뛰어 들어가느라 놓치고 지나쳤던 경관, 단지 산책을 하면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전당의 새로운 매력을 모 사장의 설명을 들으며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개관 25주년을 준비하는 손길이 바쁘신 줄로 압니다. 새롭게 단장하는 전당의 모습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당이 어느덧 25주년이 되었는데 아카이브(기록보관소)가 없다는 게 조금 놀라웠고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내년 1월 '역사홍보관'을 개관할 생각입니다. 전당 입구의 비타민스테이션과 오페라하우스 1~2층 사이인 M층, 1~3층 각 로비 공간에 조성합니다. 지난 25년간 전당에서 열었던 공연·전시, 앞으로 시즌제를 통해 선보일 기획프로그램 등을 소개할 계획이에요. 음악당 지하에는 고객편의시설과 리허설장도 마련할 예정이고요. 또 앞서 말씀드렸던 광장의 제 모습 찾아주기는 공공디자인 구현을 취지로 다듬어나가려고 합니다. 조각 작품들도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가장 좋은 위치에 옮겨줄 테고요, 계단광장에 자리한 '카페 모무스'의 야외 의자와 테이블도 아늑한 분위기에 맞는 것으로 바꿀 생각이에요.

-CI(기업 이미지통합)도 바꾼다고 들었는데, 한 기관의 가치와 콘셉트를 담고 있는 CI를 바꾼다는 건 정체성도 재정비를 하신다는 말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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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25주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선보일 CI는 세계 속의 대표적 복합문화센터로 도약하겠다는 전당의 의지를 포함합니다. 감각적이고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해서 글로벌 아트센터로서의 리더십을 담으려고 해요. 관람객들의 입장에서는 이곳에 오면 좀 더 문화적이고 세련된 사람이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고요.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건가요?(웃음)
-예술의전당이 공공성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대관만 하고 식음료 장사에 치중한다는 비난도 있었잖아요. 부임하신 이후에는 시즌제 도입 추진을 발표하시고, 다양한 기획공연을 준비하신다고 들었어요.
▶과거에는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나오는 예술사업기금을 가지고 전당이 직접 오페라 제작도 하곤 했지만, 2006년도부터는 그 기금이 없어지는 바람에 사실상 제작이 힘들어졌어요. 정부지원은 20% 수준에 그치다보니 어떻게든 꾸려나가기 위해서 대관과 레스토랑 사업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던 거죠. 관계당국에 '전당의 정체성을 갖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의 대표적인 기관으로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려면 예술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공적자금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다행히 정부 측에서 그 부분을 인정하고 추가 예산편성을 해줘서 내년에는 순수예술 분야의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토월극장이 새롭게 문을 열면 연극 쪽을 강화할 생각이고요. 해외 유명작품들을 초청하기도 하고, 민간단체와 함께 직접 제작도 할 겁니다. 한태숙, 고선웅, 정의신 등 연극계 대가들과 손잡고 기획한 작품들을 내년에 보실 수 있어요. 콘서트의 경우도 '11시 콘서트' '토요콘서트' 등 기존 인기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앞으로 기획을 더 늘려나갈 겁니다. 특히 내년에는 베르디와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콘서트를 기획했고요, 전시의 경우도 현재는 20%정도인 기획전을 차츰 늘려갈 생각입니다.
-역점 사업으로 '공연기획아카데미'를 신설하셨다고요.
▶네, 오는 9일부터 개강해요. 예술의전당이 공연기획 쪽에서는 대표적인 기관 아니겠어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젊은 청년들의 전문성을 키워서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오페라, 클래식음악회, 전시 등을 어떻게 기획하고 홍보하는지, 극장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등을 배울 수 있지요. 강사의 절반은 전당 직원들이고 유명 아티스트나 공연기획의 현장 전문가들을 명사로 모셨어요. 실무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백스테이지까지 돌아보며 현장실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죠. 과정이 이제 막 시작한 시점이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공연예술계 전문인이 되기 위해서 꼭 거쳐야할 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예술의전당 대외적인 모습과 내부 콘텐츠를 두루 챙기며 꼼꼼하게 다듬어가는 모 사장의 모습에서 전당이 정말로 시대에 맞는 세련된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젊은 여성이 데이트를 앞두고 자신이 가장 예뻐 보일 수 있게 화장을 하고, 제일 잘 어울리는 옷을 골라 입듯이 25주년 생일을 앞둔 전당 역시 더욱 내공을 갖춘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단장하고 있었다.

모철민 사장은...

예술의전당 직원들은 모철민 사장에 대해 "열정 그 자체로 예술의전당을 요리하는 분" 또 "수장으로서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게 아닌 가장 '사원처럼' 솔선수범하는 분"이라고 말한다. 영국 출신 영화배우 제레미 아이언스를 닮은 외모 역시 직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는 후문도 있다.
모 사장은 경복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오리건대학교 대학원에서 관광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행정고등고시(25회)에 합격한 후, 교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원장, 국립중앙도서관장, 문화체육관광부 제 1차관 등을 역임하며 문화예술 행정전문 관료로 오랫동안 일했다.
프랑스 문화원장 재직시절 한·불 수교 120주년 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문화교류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200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학훈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에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