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카운터테너의 고혹적 목소리에 반하다

가을밤, 카운터테너의 고혹적 목소리에 반하다

이언주 기자
2012.09.12 17:52

'머니투데이방송과 함께하는 스타콘서트'··· 이동규·김수연의 환상적 멜로디

↑11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머니투데이방송과 함께하는 스타콘서트' 피날레무대에서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카운터테너 이동규, 지휘자 여자경, 소프라노 김수연(앞줄 왼쪽부터). ⓒ이기범 기자 leekb@
↑11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머니투데이방송과 함께하는 스타콘서트' 피날레무대에서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카운터테너 이동규, 지휘자 여자경, 소프라노 김수연(앞줄 왼쪽부터). ⓒ이기범 기자 leekb@

노래 한곡이 주는 감동에 이토록 흠뻑 젖을 수 있을까. 한 무대에서 새로운 곡을 부를 때 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하게 만든 성악가가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며 '파리넬리의 환생'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카운터테너 이동규. 섬세한 현의 울림부터 묵직하고도 청아한 음색, 역동적인 창법까지 고루 겸비한 그는 풍부한 표정과 제스처까지 더하며 목소리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가을의 정취가 성큼 다가온 11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방송과 함께하는 스타콘서트'는 평소 듣기 힘든 카운터테너의 매력을 국내 관객들에게 확인시켜주는 소중한 자리였다. 카운터테너는 남성이지만 훈련된 가성으로 여성처럼 높은 음역을 내는 가수를 말한다.

화려한 2부의 막을 연 것은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아리아 '아름다운 밤'이었다. 이동규와 듀엣 무대를 장식한 주인공은 타고난 미성과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미모의 소프라노 김수연. 그는 최근 케이블방송 프로그램 '오페라스타'에서 멘토 및 심사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두 사람은 기존의 혼성 듀엣이 표현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톤의 하모니를 선사했다. 음역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도 안정적이고 고혹적인 선율을 뽑아내는 둘의 호흡은 청중들을 그 오페라 이야기 속에 끌어들이는 듯 했다.

↑소프라노 김수연은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를 부를 때, 실제 인형같은 연기와 매끄러운 고음처리로 객석의 찬사를 받았다. 카운터테너 이동규가 인형 등 뒤에 있는 태엽을 감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기범 기자 leekb@
↑소프라노 김수연은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를 부를 때, 실제 인형같은 연기와 매끄러운 고음처리로 객석의 찬사를 받았다. 카운터테너 이동규가 인형 등 뒤에 있는 태엽을 감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기범 기자 leekb@

특히 '인형의 노래'를 부르는 김수연은 마치 진짜 인형이 노래를 부르듯 경직되고 기계적인 모습을 연기해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이동규는 술에 취해 노래를 감상하는 남자를 연기하기 위해 무대 위에서 직접 소주병을 들고 마시기도 했다. 이어서 오페라 '라 페리콜'의 '아 얼마나 훌륭한 만찬을 먹었는가'라는 곡을 부를 때는 실제로 술 취한 남자가 노래를 부르는 듯한 발음과 애드리브를 선보여 객석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카운터테너 이동규가 펼친 무대는 기존 클래식 음악회에서는 접하기 힘든 색다른 느낌의 무대매너와 열정,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있었다. 특히 오페라 '카르멘'의 주제곡 '집시의 노래'의 격렬한 클라이맥스 부분을 부를 때는 집시들의 춤과 정열, 탬버린 소리마저 그의 목소리를 통해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것만 같았다. 노랫소리만큼이나 매력적인 눈빛과 표정은 야성적이며 섹시하기까지 했다.

마지막 곡으로 김수연과 이동규가 함께 부른 오페라 '탄크레디'의 사랑의 2중창 '이 공기에는 죽음이'가 끝나자 객석은 탄성과 환호로 가득 찼다. '브라보' 함성과 함께 곳곳에서 '앙코르'가 터져 나왔고, 이들은 앙증맞고도 사랑스런 롯시니의 '고양이 이중창'으로 화답했다. 암컷과 수컷, 두 마리의 고양이가 되어 '미야오~'(고양이 울음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감미로운 노래를 만들어준 두 성악가에게 청중은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이번 음악회에서는 작곡가 최명훈의 새로운 관현악곡 '라멘토소3'(Lamentoso3)를 여자경의 지휘로 세계초연 하기도 했다. 이태리어로 '슬프게'라는 뜻의 이 곡은 어렵고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현대음악을 관객들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경험하며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실제로 전시장에 걸린 그림을 보는 듯 다채롭고 화려했으며, 음악평론가 정준호의 친절한 해설로 객석은 더 쉽고 재밌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오보이스트 김예현이 들려준 벨리니의 '오보에 협주곡 Eb장조'는 편안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이 가을밤과 무척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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