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태조(이성계)는 1408년 승하하면서 고향인 함흥에 묻히길 원했다. 그의 아들인 태종(이방원)은 그러나 태조의 무덤을 도성 근처가 아닌 먼 함흥에 둘 수 없었다.
아버지의 유명을 따르자니 아직 왕조가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왕조의 정통성이 무너질 수도 있어서다. 태종은 궁리 끝에 함흥의 억새풀을 가져다 태조의 봉분 위에 잔디 대신에 심는 것으로 유명을 지키고자 했다.
문화재청 조선왕릉관리소는 오는 5일 한식을 맞아 태조가 묻힌 건원릉의 봉분을 덮고 있는 억새를 자르는 의식인 ‘청완예초의’ 행사를 한다고 1일 밝혔다. 이 의식은 태조가 승하하면서 고향인 함흥에 묻히길 원했으나, 이 유명을 따르지 못한 아들 태종이 함흥 땅의 억새로 봉분을 조성한 것이 유래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다른 능들은 5월부터 9월까지 5~7차례 깎지만, 건원릉의 봉분은 한식날 단 한 차례 예초(풀베기)를 한다. 조선왕릉관리소는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온 이 의식을 4년 전부터 봄철 절향(계절에 따른 제사)으로 거행한다.
오는 5일 오전 9시부터 능상의 억새를 베는 예초의식을 행하고, 10시에 재실을 출발한 제관의 행렬에 이어서 1년간 자란 청완을 제거했음을 알리는 고유제(중대한 일을 치른 뒤에 지내는 제사)를 지낸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을 위해 조선왕릉 제향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복 행사도 함께할 계획이다.
행사에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조선왕릉관리소 동구릉 누리집(http://donggu.cha.go.kr, 공지사항)을 참조하고, 기타 자세한 내용은 동부지구관리소(031-563-2909)로 문의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