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성게미역국과 볼락구이, '꽃무릇'

옛날에 한 선비가 있었더랍니다. 이 작자 할 줄 아는 거라곤 책 읽는 일밖에 없는, 말마따나 집안일에는 “손깝육깝도 안 하는” 그런 사람이었나 봅니다. 그래도 꿈은 있었던지 몇 년째 과거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들일을 하다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온 아내의 눈이 그만 훽 뒤집어졌답니다. 소나기가 와서 급히 집으로 뛰어왔는데 마당 멍석에 널어놓은 피(곡식)가 그만 빗물에 다 쓸려가 버린 거지요. 그런데도 선비는 꿈쩍도 않고 글을 읽고 있더라나요. 화가 난 아내는 그 길로 집을 나가버렸는데요. 그리고……,
몇 년 후 이 선비의 아내가 남의 논에서 삯일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썩 물렀거라! 원님 행차시다!” 하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길가 논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길에 나와 쭉 엎드렸겠지요. 그런데 원님이 탄 가마가 눈앞에 당도해서 곁눈질로 힐끔 올려다보니 세상에나……, 새로 부임하는 원님이 바로 자기 남편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아내, 벌떡 일어나 “여보!”하면서 반갑게 아는 체를 했지만 그 원님, 아무런 대꾸도 없이 아내에게 물 한 그릇을 가져오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는 떠온 물을 그대로 땅에 쏟고는 “이 물을 다시 담아 오너라.” 하면서 가버리더랍니다. 망연자실한 아내는 행렬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자 나무 위에까지 올라가 “여보!”를 외치다가 결국 매미가 되었다는…….
이 얘기를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께 들었던 것 같은데, 한 번 쏟은 물과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교훈을 들려주기 위한 담화겠지만, 요즘 이 얘기가 ‘섣부른 언행을 하지마라’는 예화로 인용된다면, 학생들에게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여학생과 남학생의 반응이 퍽 다르겠지요?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살아내야지요. 무릇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생명은 없을 테니까요.
오늘 밥상은 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을 위한 밥상입니다. 힘내시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