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물 위에 나있는 저 착한 길…,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물 위에 나있는 저 착한 길…,

오인태 시인
2013.07.26 07:27

<30>미역수제비국과 '착한길'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을 때, 어떻던가요?

며칠 전 대청소를 하다시피 사택 방 안 구석구석까지 청소하다가 잃어버린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던 옷가지 하나를 옷장에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봄에도 두어 차례 입었던 검정색 반소매 면 티셔츠인데요, 여름 다 돼서 다시 입으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거죠. 있을 데라곤 세탁소밖에 없다 싶어서 한동안 세탁소 아주머니가 올 때마다 “혹시 빠진 옷이 없냐?” “다시 한 번 찾아봐라”고 다그치곤 했던 건데......, 이렇게 깊숙이 넣어두고 애먼 사람을 의심했으니 말입니다.

사실, 세탁소 아주머니에 대한 내 못미더움은 근거가 있긴 합니다. 포도주색 겨울 니트는 아직 찾지를 못했고, 내 거라고 갖다 준 세탁물에 남의 세탁물이 여러 번 달려온 적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세탁물 수거하러 온다고 약속을 해놓고 연락도 없이 어기기도 하고, 옷이 손상되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은 양복처럼 비싼 세탁물은 다시 진주 단골세탁소까지 가서 맡길 정도니까요.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요? 그렇지요. 마땅히 옷을 찾았으면 찾았다고 얘기하면 그만인데, 이게 그렇지 않더라는 겁니다. 어차피 세탁소 아주머니도 벌써 잊었을 텐데 이제 와서 굳이 그걸 얘기해야 하나, 겨울 니트는 결국 찾지를 못했지 않나, 이 세탁소엔 이제 더 이상 세탁물을 맡기지 않을 거 아닌가......., 하는, 말하자면 ‘쌩 까고 넘어가자’는 거였지요.

잠시지만, 이런 제 모습에 스스로 당황하고 참 부끄러웠던 건데요. 그래서 다음날 세탁소 아주머니를 불러 가벼운 세탁물 몇 가지를 맡기면서 그랬습니다.

“그 옷 찾았습니다. 제가 깊이 넣어놓고는 잘 찾아보지도 않고......, 미안합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