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모든 시작은 새로운 것이었으니….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모든 시작은 새로운 것이었으니….

오인태 시인
2013.08.07 07:37

<35>문어메밀수제비와 '길 떠나는 이를 위하여'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오기’로 산다는 분들이 있더군요. 그런 분들은 오기라도 없었으면 지금까지 살아내지도 못했을 거라며 마치 ‘오기는 나의 힘’이라 믿는 것 같은데요. 물론 극한상황이란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이면서도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어서 일반화해서 말하는 건 무리겠습니다만, 누구든지 거기에 굴복하는 건 말할 나위가 없고, 오기로 버티는 일도 사실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니다싶은데요. 오기로 버티는 시간은 새로운 시간이 아니라 극한상황이 그대로 이어지는 시간이니까요.

‘오기’라는 감정은 부정적인 대상이 있기 마련인데, 오기로는 이런 미움과 경쟁의 상대를 극복할 수 없는 법이지요. 오기는 어떤 대상에 대한 종속의지일 뿐만 아니라 그 대상에 집착하는 마음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기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밀어가는 힘이 될 수 없다는 건데요.

참기 힘든 시간을 극복하는 길은 오직 새로운 사랑밖에 없지 않을까요? 새로운 사랑은 새로운 길을 열어줄 테니까요. 다만, 두렵다고요? 지금 집착하고 있는 그 길도, 그 사람도, 그 사랑도 그땐 새로운 길이 아니던가요?

길 떠나는 세상의 모든 새로운 사랑을 위하여 붉은 돌문어호박국에 흰 메밀가루로 수제비를 빚어 넣었으니, 나날의 삶이 처음인 듯 경이로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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