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찐채소쌈밥과 '다산초당에서'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물위의 배에 지나지 않는다. 배는 모름지기 물의 이치를 알아야 하며 물을 두려워해야 한다.”
남명 조식 선생의 말씀인데요. 촛불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고 시민들을 연행했다고요? ‘물이 배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배가 물을 움직이려드는’ 형국이로군요.
남명의 수제자로 남명문인록 첫머리에 이름을 올린 덕계 오건 선생이 우리 ‘함양오가’ 중시조이신데요. 임란이 일어나자 조정중신들은 임금을 모시고 모두 의주로 도망을 가버렸지만, 평생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던 남명의 문하생들이 붓 대신 창을 들고 일어나 의병을 일으켰지요. 곽재우, 정인홍, 김면, 조종도……, 눈에 익은 이름들일 텐데요?
“자전(慈殿,임금의 어머니)께서는 생각이 깊으시기는 하나 깊숙한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께서는 어리시어 다만 선왕의 한 외로운 아드님이실 뿐이니, 천 가지의 천재(天災)와 억만 갈래의 민심(民心)을 어떻게 감당하고 수습하시겠습니까.”
‘내 말이 틀리다면 도끼로 내 머리를 치라’며 ‘지부상소’를 올리던 남명이 오늘의 이 시국을 당했다면 어떻게 하실까요? 다시, 남명과 다산이 그리운 시절, 세상은 이렇듯 달밤처럼 적막하니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