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던 요정, 편견 맞선 마녀로···

뭇매 맞던 요정, 편견 맞선 마녀로···

이언주 기자
2013.09.07 08:00

뮤지컬 '위키드' 한국어 초연··· 초록마녀 엘파바役 옥주현

어떤 작품에서든 당당함이 느껴지는 배우 옥주현. 철저한 자기관리와 지칠줄 모르는 연습으로 무장했기에 가능한 모습이 아닐까.  /사진제공=설앤컴퍼니
어떤 작품에서든 당당함이 느껴지는 배우 옥주현. 철저한 자기관리와 지칠줄 모르는 연습으로 무장했기에 가능한 모습이 아닐까. /사진제공=설앤컴퍼니

"저, 지난번 오리지널투어팀 내한 공연 때 회전문 관객이었어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였고, 심지어 단풍나무로 만든 무대세트 냄새에도 끌렸어요."

뮤지컬 '위키드'의 한국어 초연에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옥주현이 초록마녀 엘파바 역으로 출연한다. 이미 관객으로서 '위키드' 팬이라는 그는 "이야기 소재와 무대, 연출, 초록색 분장까지 흥미로웠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내한공연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어 버전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와 관객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이 엘파바 역에 거론되며 관심을 모았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 카리스마, 내면 연기까지 펼쳐보여야 하는 이 초록마녀는 누가 봐도 '옥주현이 딱'이라는 평가였다.

실제 '안티팬'도 많았던 그는 결국 실력으로 안티마저 돌아서게 했다고 할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했고, 뮤지컬에 온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지난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이후 만난 그에게 물었다.

"제가 좀 궁금한 게 많아요. 그래서 뭐든 직접 시도해 보는 것 같아요. 새롭게 배우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참 좋더라고요. 또 맏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일찍 가장이 되면서 책임감도 강한편이고요. 그런 것들이 제가 힘을 내게 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못하는 게 없고 부지런하기로도 소문난 그는 요리도 수준급이고, 공연 때는 메이크업도 직접 콘셉트를 정하고 스스로 한다. 최근에 도예까지 배운 그는 "도예가 노래하는 호흡에 도움이 되더라"며 "호흡이 짧으면 큰 그릇을 빚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설명하며 초록 피부를 가진 엘파바 역에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누구나 타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잖아요. 편견은 오해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외모 때문에 생겨날 수도 있죠. 사람들의 오해가 겹치고 겹쳐 곤경에 빠진 엘파바의 모습이 남 얘기 같지만은 않았어요. 그런 조금은 묵직한 이야기를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간다는 점이 이 공연의 매력이기도 하죠."

사실 오디션 당일에는 몸이 무척 아파서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것 같다고 했지만, 외국 제작진들은 옥주현에게 "엘파바의 기질이 내재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단다. 연기력과 가창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본연의 이미지와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미리 파악한 것이다.

그는 함께 연기하게 된 글린다 역의 배우 정선아와의 우정도 과시하며 기대감을 보였다. "선아랑은 어쩐지 쌍둥이 같아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교감이 있죠. 서로 너무 다르지만 닮은 느낌이랄까요? 이 친구가 미국에 계신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데, 글쎄 밥보다 떡볶이를 더 좋아하더라고요.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였어요."

동료 배우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한 옥주현은 "공연이란 모두가 좋은 컨디션으로 같이 가야 하는 긴 여정이니까 함께하는 배우들이 아프지 않아야 한다"며 "제가 좀 차갑고 세 보이는 이미지가 있어서 (사람들을) 먼저 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또 주변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정선아가 "집에서까지 밤을 새우며 연습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정말 짜증날 정도로 하루 종일 작품 얘기하고 직접 시연하면서 연습에 또 연습을 한다"고 칭찬했다.

옥주현은 이번 공연에 대해서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번역대본을 보고 의견을 제안하는 등 제작진과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 "가장 부담되는 부분은 미국의 정서를 한국말로 표현했을 때 얼마만큼 관객들의 공감대를 살 수 있느냐는 거죠. 아마 지난 내한공연에서는 많은 관객들이 자막과 함께 보느라 놓친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말로 잘 전달하면서 작품의 재미있는 요소를 살리려고 합니다."

그는 가장 기대되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1막의 마지막 장면을 지목했다. 엘파바가 마법 빗자루를 타고 '중력을 넘어서'를 노래하는 유명한 장면으로 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대목이다. "허리에 와이어를 매달고 노래하는 장면인데 약간의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걱정이 되네요. 하지만 열심히 잘 해보겠습니다. 관객들도 자주 찾아오셔서 저처럼 회전문 관객이 되어주시면 좋겠어요. 하하."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결같은 진심과 열정으로 최고의 디바 자리에 우뚝 선 옥주현. 이번엔 초록마녀로 또 얼마나 폭발적인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뮤지컬 '위키드'=오는 11월 22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오픈런 공연. 출연 옥주현·박혜나(엘파바), 정선아·김보경(글린다), 이지훈·조상웅(피에로), 남경주·이상준(오즈의 마법사), 김영주(마담 모리블), 조정근(딜라몬드 교수), 김동현(보크), 이예은(네사로즈). 러닝타임 2시간45분. 6만~14만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