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멸치두부조림 그리고 '운주사와 와불'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운주사에 가 보셨나요? 여태껏 이절 저절 많이 다녀봤지만 부러 짬을 내서 거듭 찾아간 절은 김천 청암사, 사천 다솔사, 그리고 바로 화순의 운주사 정도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운주사엔 참 벼라별 부처들이 다 있지요? 코가 깨진 부처, 귀가 닳은 부처, 얼굴이 뭉개진 부처, 머리만 남은 부처, 몸통만 있는 부처, 서있는 부처, 앉아있는 부처, 누워있는 부처, 이 가운데서도 운주사의 대표 부처는 역시 와불이겠는데요. 이 와불은 동남아권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불상이랍니다.
어쨌든 누워있는 모습이야 열반상으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왜 하필 남불과 여불로 추측되는 두 부처를 나란히 눕혀놓았을까요. 와불은 민중불교, 즉 미륵신앙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누워있는 이 두 남녀 와불은 새로운 세상을 열 새로운 부처의 탄생에 대한 염원을 형상화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예나 지금이나 세상이 힘들수록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하는 마음이야 당연하겠는데, 저 한 쌍의 와불은 어찌 저리 무심하게 천년 세월을 마냥 누워만 계시는 걸까요.
마른 멸치를 으깨 넣고 조린, 어릴 적 어머니가 곧잘 해주시던 멸치두부조림이 간절히 생각나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