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제 몸에 회초리자국을 죽죽 긋는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제 몸에 회초리자국을 죽죽 긋는

오인태 시인
2013.11.22 07:40

<80>만두국 그리고 '나무의 결단'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나무가 때맞춰 잎을 떨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춥고 건조한 겨울에까지 잎을 달고 있다가는 잎은 물론 줄기까지 얼어 죽고 말겠죠. 그래서 나무는 겨울이 오면 생장을 멈춘 채 몸의 수분을 줄임으로써 나뭇잎을 모조리 떨궈내는 건데요.

수분공급이 중단되면 자연히 광합성작용을 할 수 없게 되어 엽록소가 빠지고 본디 색깔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게 바로 단풍이지요. 현란하도록 화려한 단풍이 사실은 이렇게 나무로서는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인 셈인데요.

이십 대 초반 초임교사 시절, 담임했던 아이들이 새파란 총각선생을 깔봤는지 하도 말을 안 들어 매일 전쟁을 치르다시피 했지요. 이러다 성질 급한 나만 죽겠다싶어서 급기야 작전을 바꾸게 되었는데요. 그때까지는 학급회의에서 아이들이 벌칙규정을 스스로 정해 범칙에 따라 손바닥 한 대, 두 대, 더 심하면 종아리 한 대, 최고 중벌은 화장실 청소 이런 식이었더랬지요. 그러나 차츰 이런 범칙에 대한 징벌이 그다지 효과가 없게 되고 오히려 즐기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하루는 뭔가로 걸린 애들에게 선생님인 내 종아리를 때리게 한 거지요. 모든 게 내 잘못이라면서......, 그 당황해하는 표정들이라니, 아 이거 참 괜찮은 방법이네, 싶어 내심 쾌재를 부르며 그 자리에서 긴급조치를 선언했는데, 이제는 걸리면 무조건 선생님이 주문하는 만큼 선생님 종아리를 때리게 한다고 했던 거지요. 그 이후는? 글쎄요.

만두국을 끓이는 저녁, 나뭇잎을 떨군 나무가 바람회초리로 제 몸을 긋는 소리 들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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