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두국 그리고 '나무의 결단'

나무가 때맞춰 잎을 떨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춥고 건조한 겨울에까지 잎을 달고 있다가는 잎은 물론 줄기까지 얼어 죽고 말겠죠. 그래서 나무는 겨울이 오면 생장을 멈춘 채 몸의 수분을 줄임으로써 나뭇잎을 모조리 떨궈내는 건데요.
수분공급이 중단되면 자연히 광합성작용을 할 수 없게 되어 엽록소가 빠지고 본디 색깔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게 바로 단풍이지요. 현란하도록 화려한 단풍이 사실은 이렇게 나무로서는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인 셈인데요.
이십 대 초반 초임교사 시절, 담임했던 아이들이 새파란 총각선생을 깔봤는지 하도 말을 안 들어 매일 전쟁을 치르다시피 했지요. 이러다 성질 급한 나만 죽겠다싶어서 급기야 작전을 바꾸게 되었는데요. 그때까지는 학급회의에서 아이들이 벌칙규정을 스스로 정해 범칙에 따라 손바닥 한 대, 두 대, 더 심하면 종아리 한 대, 최고 중벌은 화장실 청소 이런 식이었더랬지요. 그러나 차츰 이런 범칙에 대한 징벌이 그다지 효과가 없게 되고 오히려 즐기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하루는 뭔가로 걸린 애들에게 선생님인 내 종아리를 때리게 한 거지요. 모든 게 내 잘못이라면서......, 그 당황해하는 표정들이라니, 아 이거 참 괜찮은 방법이네, 싶어 내심 쾌재를 부르며 그 자리에서 긴급조치를 선언했는데, 이제는 걸리면 무조건 선생님이 주문하는 만큼 선생님 종아리를 때리게 한다고 했던 거지요. 그 이후는? 글쎄요.
만두국을 끓이는 저녁, 나뭇잎을 떨군 나무가 바람회초리로 제 몸을 긋는 소리 들리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