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물메기국 그리고 '은행나무'

아직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요? 물론 진정 마음으로 용서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를 묻고 있는 건데요. 그렇게 묻는 당신은 어떠냐고요? 글쎄요. 없다고는 말 못하겠고, 스스럼없이 있다고 말하기엔 상대에 대한 날선 마음이 지금은 많이 눅어지긴 해서요.
솔직히 아직도 마음속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요. 그 가운데 한 사람은 내가 수년 간 공들여 쌓아놓았던 한 단체의 시스템과 위신을 개인의 이해와 감정을 앞세워 망가뜨린 이고, 또 한 사람은 그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의와 배려를 배신감과 모멸감으로 되돌려준 이였지요. 물론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리고 굳게 믿었던 사람일수록 상처도 깊기 마련인데요. 행운도 불행도 한꺼번에 오는 거라 하더니만, 이 두 사람과의 관계파산도 연거푸 닥친 일이고, 워낙 충격이 커서 한동안 사람관계를 근본적으로 회의하며 마음을 닫고 있었더랬지요. 살면서 먼저 등 돌린 일이 없는데, 도저히 용서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먼저 애써 외면하고 말았던 건데요. 어쩌다 지금도 그들에 대한 기억이 불쑥 들쑤셔질 때면 마음이 불편한 걸 보면 아직 가슴에서 온전히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데는 땅이 외면한 탓도 있지요. 그러나 그 시린 땅을 덮는 건 나뭇잎이지요. 용서란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쉽지는 않네요.
퇴근길에 오랜만에 어시장에 들러 물메기를 한 마리 사왔는데요. 해장용으로는 복어에 버금가는 재료지요. 부산이나 동해안 쪽에서는 물텀벙이라 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