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자신을 외면한 땅을 덮어주는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자신을 외면한 땅을 덮어주는

오인태 시인
2013.11.27 08:34

<82>물메기국 그리고 '은행나무'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아직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요? 물론 진정 마음으로 용서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를 묻고 있는 건데요. 그렇게 묻는 당신은 어떠냐고요? 글쎄요. 없다고는 말 못하겠고, 스스럼없이 있다고 말하기엔 상대에 대한 날선 마음이 지금은 많이 눅어지긴 해서요.

솔직히 아직도 마음속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요. 그 가운데 한 사람은 내가 수년 간 공들여 쌓아놓았던 한 단체의 시스템과 위신을 개인의 이해와 감정을 앞세워 망가뜨린 이고, 또 한 사람은 그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의와 배려를 배신감과 모멸감으로 되돌려준 이였지요. 물론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리고 굳게 믿었던 사람일수록 상처도 깊기 마련인데요. 행운도 불행도 한꺼번에 오는 거라 하더니만, 이 두 사람과의 관계파산도 연거푸 닥친 일이고, 워낙 충격이 커서 한동안 사람관계를 근본적으로 회의하며 마음을 닫고 있었더랬지요. 살면서 먼저 등 돌린 일이 없는데, 도저히 용서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먼저 애써 외면하고 말았던 건데요. 어쩌다 지금도 그들에 대한 기억이 불쑥 들쑤셔질 때면 마음이 불편한 걸 보면 아직 가슴에서 온전히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데는 땅이 외면한 탓도 있지요. 그러나 그 시린 땅을 덮는 건 나뭇잎이지요. 용서란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쉽지는 않네요.

퇴근길에 오랜만에 어시장에 들러 물메기를 한 마리 사왔는데요. 해장용으로는 복어에 버금가는 재료지요. 부산이나 동해안 쪽에서는 물텀벙이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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